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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위기주부의 미국 여행과 생활 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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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 만나는 인도 힌두교 사원, 말리부 힌두템플(Malibu Hindu Temple)에서 맨발로 기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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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일 나들이의 첫번째 방문지였던 파라마운트랜치(Paramount Ranch)가 서부영화를 좋아하시는 아버님을 위한 장소였다면, 두번째 방문지인 이 곳은 어머님을 위해서 선택한 장소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서쪽의 산타모니카 산맥을 넘어가는 길에 갑자기 등장하는 이 화려한 하얀 건물이 바로, LA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힌두교 사원인 말리부 힌두템플(Malibu Hindu Temple)이다. (구글맵 지도는 여기를 클릭)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식 힌두교 사원이라서,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신발을 벗고 입구쪽으로 가야 한다.

사원의 입구 역할을 하는 탑 앞에서 일단 사진 한 장 찍었다.

입구의 좌우로는 정체불명의 신상이 지키고 있는데, 초소(?)까지 만들어져 있어서 마치 왕궁을 지키는 근위병 같았다.

사원 안의 마당으로 들어와서 돌아서 올려다 본 주탑의 모습인데, 파란 캘리포니아 하늘 아래에서 흰색과 금빛으로 빛나는 인도 힌두교 사원의 탑이라~

사원 가운데에 본당(?)으로 생각되는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연꽃을 떠올리게 하는 천정장식에 매달린 샹들리에와 아래로는 대리석 바닥에 놓여진 카페트... 어머님이 아내와 함께 신상이 모셔진 곳으로 가서 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방의 뒤쪽과 좌우로 앉아서 기도를 하는 분들이 계셔서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이 날 날씨가 엄청 더웠는데, 샌달을 신고와서 맨발로 돌아다닌 아내는 뜨거워진 돌바닥을 밟는 것 자체가 고행이었으리...^^

아버님은 일찌감치 입구쪽에 사원 보수공사를 위해 만들어 놓은 그늘막 아래에 앉아서 쉬고 계시다.

탑과 건물의 장식은 하얀돌을 깍아서 만든 것 같지는 않았고, 흰 페인트로 칠을 해서 흰색을 유지하는 것 같았다.

발바닥에 화상 입을까봐 그늘로 도망간 아내를 대신해서, 지혜가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다녔다.

하얀 탑에 알록달록한 크리스마스 전구장식을 걸어놓은 것이 좀 의외였다~

인도의 전통복장을 하고 찾아온 여성분들이 제법 많이 있었다. 신이 많은 힌두교라서 그런지, 본당 이외에도 사원의 네 귀퉁이와 여러 곳에 신상들을 모셔두고 있었는데, 사진처럼 쇠창살로 내부는 막아놓았다.

창살 사이로 가까이 다가가서 찍어본 신상인데, 금색의 화려한 장식과 종이로 만든 꽃목걸이와 빨간 레이스의 배경까지... 인도의 힌두교 사원을 본 적이 없는 부모님과 우리 가족에게 모두 아주 흥미있는 볼거리였다.

1981년에 만들어진 이 곳의 정식명칭은 '스리벤카테스와라스와미 템플(Sri Venkateswara Swamy Temple)'로 서반구에서 가장 큰 힌두교 사원 중의 하나인데, 2006년에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자신의 4개월된 아들에게 힌두교 축복의식을 여기서 행한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내가 휘트니에 올라갈 수 있을까?"마지막 훈련으로 등산한 마운트볼디(Mt. Baldy)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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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흘러... 연초에 계획했던 6월초의 스페인 가족여행은 다녀왔고, 이제 7월말의 "휘트니 정상과 존뮤어트레일 4구간"의 출발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체력단련과 고도적응을 위해 지난 토요일에 훈련으로 볼디산을 다녀왔다.

토요일 아침 7시에 맹커플랫 출발점(Manker flats Trailhead)에서 이번 휘트니 도전에 함께하는 유니투어 홍사장님과 다른 참가자 한 분이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마운트볼디 등산코스와 사진은 여기를 클릭해서 작년 포스팅을 보시면 되므로, 이번에는 정상까지 올라가는 모습의 동영상을 편집해서 아래에 올려본다.

휘트니 원정에 함께 할 액션캠 Sony FDR X-3000을 머리에 장착하고 촬영하는 테스트도 겸한 산행이었는데, 여분의 배터리 두 개를 챙겨가는 것을 깜박해서 볼디보울(Baldy Bowl)의 능선에 도착하는 모습이 끝이고 정상에 도착하는 영상은 없다. GPS와 Wifi를 다 끄고 전력소모를 줄인다고 해도 배터리 3개로는 6일간의 휘트니/존뮤어트레일을 찍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아서 아래의 물건을 아마존에서 주문했다.

Anker 배터리팩 10000mAh로 액션캠의 배터리를 재충전하기로 한 것이다. (태양광 충전판을 살까도 생각했는데 무게와 가격의 압박이 있어서, 실생활에서도 유용할 것 같은 소형 배터리팩으로 결정) 아래의 제품은 미국에서 마이크로스파이크(microspike)라고 많이 부르는 간이 '아이젠'이다. 해발 4,421 미터의 휘트니산 등산로와 4,023 미터의 포레스터패스(Forester Pass)에는 아직 눈이 많이 남아있다고 해서 함께 주문했는데, 출발일 전까지 집에 배달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 배송도 안했단다.

자랑스런 동메달... 3명 중에 꼴찌로 마운트볼디(Mount Baldy) 정상에 도착! 그래서 얻은 별명은 '위기할배' 되시겠다~^^

어머님이 새벽에 싸주신 김밥을 땡볕 아래에서 먹고, 카메라를 들고 새로 만든 정상의 등산로 안내판이 있는 곳으로 갔다.

우리는 남쪽 볼디빌리지(Baldy Village)에서 6.5 마일을 걸어서 올라온 것이고, 계속해서 북쪽으로 6.5마일을 더 걸어서 산맥을 넘어가면 스키장으로 유명한 라이트우드(Wrightwood) 마을이 나온다고 되어있다. (구글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작년 2회에 이어서, 세번째로 오른 해발고도 10,064 피트(3,068m)의 볼디산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정상에서 LA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산악블로그를 운영하고 계시는 '반야' 선생님을 우연하게 만나서 인사를 드리게되어 영광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반야 선생님, 나눠주신 쌀국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미주중앙일보의 J블로그에서 운영중이신 반야 선생님의 블로그인데 (클릭하면 블로그로 링크됨), LA한인사회에서는 존뮤어트레일(John Muir Trail, JMT)의 최고 전문가로 명성이 높으신 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산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해발 3천미터의 샛파란 하늘 아래의 '대머리산' 볼디 정상을 돌아본다. 위기주부가 다시 해발 3천미터의 파란 하늘을 마주하는 때는 다음주 금요일 아침, 6일간의 휘트니산 정상과 존뮤어트레일 4구간의 백패킹을 시작하는 해발 3,048 미터의 코튼우드 캠핑장(Cottonwood Campground)이 될 것이다!



벨라지오 호텔의 실내정원과 분수쇼, 스트라토스피어 타워의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라스베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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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을 모시고 라스베가스로 떠났던 1박2일 여행의 두번째이자 마지막 이야기, 늦은 아침을 먹고 베네시안 구경 후에 호텔에서 수영과 낮잠을 즐긴 우리들은 이른 저녁을 먹고 라스베가스 관광을 계속하기로 했다.

마침 옐프(Yelp)에서 평이 많고 좋은 고깃집이 호텔 바로 옆에 있어서 찾아간 강남BBQ(Gangnam Asian BBQ)이다. 정통 한국식당은 아니고 미국인들이 좋아하게 만든 퓨전스타일이었는데, 원하는 만큼 고기를 시켜서 직접 구워 먹는 스타일이다.

저녁을 잘 먹고 찾아간 곳은 역시 벨라지오(Bellagio) 호텔~ 주차장에서 본관로비로 들어오는 이 곳의 사진을 올린 이유는 작년 여름부터 받고있는 주차요금을 간단히 설명드리려고... 셀프파킹의 경우 처음 1시간은 무료, 1~2시간은 $7, 2~4시간은 $12, 4~24시간은 $15이라는 좀 특이한 요금체계인데, 순간 드는 생각이 그럼 계속 1시간 미만 주차하고 다른데 갔다고 또 오면 되겠다는 것이었는데! 주차권에 자동차 번호판이 찍혀서 1시간 무료는 하루에 한 번만 가능하도록 해놓았다.

벨라지오 호텔의 실내정원, Bellagio Conservatory & Botanical Gardens 여름 주제의 꽃장식을 구경하러 온 것인데, 늘 그렇듯이 독수리 날라다니고 커다란 미국국기가 걸려있는 테마를 상상했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2017년 여름 벨라지오 호텔 정원의 장식테마는 다름아닌 벨라지오(Bellagio)의 고향인 이탈리아였다. "오호~ 정녕 이것은 올해 스페인에 이어서, 내년 여름의 가족여행은 이탈리아로 가라고 하는 하늘의 뜻이란 말인가?"

입구에서 멀리 보이던 이 바위산의 알록달록한 건물은 딱 보고는 유명한 친퀘테레(Cinque Terre)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래의 설명판에는 의외로 카프리(Capri)라고 되어 있었다. 25년전의 유럽배낭여행 때, 나폴리에서 무작정 배를 타고 들어갔던 카프리에서 이런 건물은 못 본 것 같은데... 확인하러 다시 가봐야 하나?

커다란 해님과 달님, 그리고 무지막지하게 큰 레몬이 매달린 나무는 이탈리아의 여름과 무슨 관계가 있는걸까?

그래도,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끼고있는 여름을 그냥 넘어가기는 아쉬웠는지, 꽃으로 커다란 성조기를 만들어 놓았다.

정원 뒤쪽에 항상 자리잡고 있는 꽃으로 만든 그림에는, 오른쪽에 노란 벌과 왼쪽에는 빨간 나비, 그리고 가운데는... 권투글러브! 아마도 무하마드 알리 사망 1주년을 추모해서, 그의 명언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Float like a butterfly, and sting like a bee)"를 나타낸 모양이다.

물줄기 분수터널이 주로 위치하던 중앙에는 좌우로 커다란 '레몬단지'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머님께서 막내사위하고도 한 번 사진을 찍고싶다고 하셔서... 그런데 수영하고 낮잠자고 나왔더니 부시시~^^

벨라지오 호텔 로비 천정의 치훌리 유리꽃 장식 아래에서 사진 한 장 찍고는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미국에 오실 때마다 라스베가스에 오셔서 대부분의 호텔 관광지는 다 섭렵하신 부모님이셔서, 이번 3번째 방문에서 특별히 찾아간 곳은...

스트라토스피어(Stratosphere) 호텔의 전망대이다. 우리집은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예전에 한 번 올라가 본 적이 있던 곳인데 (클릭!), 그래서 아내가 부모님만 모시고 올라갔다 내려왔다.^^ (구글지도로 위치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전망타워 꼭대기에 있는 놀이기구~ 부모님께서 전망보다도 여기 탄 사람들 구경하면서 아주 즐거워 하셨다고 한다.

스트라토스피어 타워에서 스트립쪽으로 바라보는 전망은, 사실 왼쪽에 보이는 불꺼진 커다란 빌딩이 시야를 가려서 별로이다. 2007년초부터 건설해서 2008년말에 최고 68층, 높이 224m까지 건물은 일사천리로 올라갔지만, 그만 부도가 나서 10년 가까이 저 상태로 있는 퐁텐블로 리조트(Fontainebleau Resort)호텔이란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찾은 벨라지오 호텔~ 당연히 이번에는 야간 분수쇼를 보기 위해서이다.

작년 봄에 저 왼쪽에 있는 코스모폴리탄 호텔의 객실에서 내려다보고 (여행기는 여기 클릭!)처음 보는 것이니까, 1년여만에 분수쇼를 본다는 이야기인데... 아마도 우리 가족이 미국에 이사와서 1년 넘게 라스베가스에 안 와본 것은 이 번이 처음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지혜가 자신을 갓난아기 때부터 도맡아서 키워주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분수쇼를 보고 있다... 감사합니다~



알함브라의 추억 2 - 동쪽 언덕에 떨어져 있는 여름궁전 헤네랄리페(Generalife)의 정원과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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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 발음으로 '헤네랄리페'라고 읽는 The Generalife는 알함브라의 동쪽 언덕에 따로 만들어진 여름궁전으로, 흔히 알람브라의 오아시스 또는 별궁이라고 불리며 아랍어에서 유래한 이름의 원래 뜻은 "Architect's Garden"이라고 한다.

알함브라의 추억 1편에서 소개한 나스리 궁전(Nasrid Palaces)구경을 마치고 동쪽 헤네랄리페로 건너가는 길에, 성벽에 기댄 지혜의 사진이 예쁘게 잘 나와서 한 장 먼저 올린다.

헤네랄리페 궁전(Palacio del Generalife)은 Lower Gardens라 불리는 정원을 따라서 걸어가야 만날 수 있다.

정원 벤치에서 즐거운 휴식~

정원의 가장자리로 나오면 건너편 서쪽 언덕 알함브라의 건물들을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가족사진도 한 장 부탁해서 찍었는데... 배경의 건물들은 다 가려버렸다.^^

이상과 같이 정원을 지나서 궁전 건물로 들어가기 전까지를 동영상으로 감상해보시기 바란다.

'붉은' 알함브라와는 달리 여름궁전이라는 별명답게 '하얗게' 칠해져서 아주 시원한 느낌을 주는 건물이었는데, 가운데 수로로 떨어지는 분수는 원래는 없었던 것을 현대에 보수를 하면서 추가한 것이라고 한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회랑을 지나는데 엄마가 불러서, 아빠와 딸이 함께 한 컷~

헤네랄리페 궁전 건물에서도 알함브라가 이렇게 잘 보이는데, 여기를 둘러보고 다시 저리로 건너가서 못 다 본 곳들을 마저 구경해야 한다. 제대로 구경한다면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할 것 같은 '알함브라&헤네랄리페' 관광이다.

이슬람식으로 만들어진 발코니 창 너머로 보이는 북쪽의 새크로몬테(Sacromonte) 언덕인데, 저녁에는 또 저리로 건너가서 '동굴 플라멩고' 공연을 관람하게 된다. 바쁘다바빠~^^

헤네랄리페 궁전은 경사진 언덕에 만들어져서, 계단을 따라서 이렇게 계속 건물이 위로 이어지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올라가는 계단 옆에 자라난 하나였다가 둘이었다가, 다시 하나가 된 넝쿨나무~

제일 위쪽의 Upper Gardens까지 모두 둘러보고는, 올 때와는 다른 길로 입구쪽으로 돌아가게 된다.

돌아가는 길은 넝쿨나무로 이렇게 터널을 만들어 놓아서 시원하게 걸어갈 수가 있었다.

헤네랄리페(Generalife) 언덕에는 이렇게 야외극장이 하나 만들어져 있는데, 예전에 세계 3대 테너의 공연 등이 알함브라에서 열렸다고 하는 것이 모두 여기서 진행된 것이다.

역시 헤네랄리페 궁전 건물에 들어가는 모습부터 돌아나오기 까지의 동영상을 편집한 것이니 클릭해서 보시기 바란다.

다시 서쪽 알함브라로 돌아와서 성채인 알카자바(Alcazaba)를 찾아가는 길이다. 그 전에 길 끝에 보이는 카를로스 5세 궁전(Palacio de Carlos V)도 둘러보고 말이다. 하지만, 이 길 오른편에 붙어있는 이슬람시대 목욕탕(Baths of the Mosque)와 산타마리아 교회(Church of Santa Maria) 등은 시간관계상 구경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휘트니와 존뮤어트레일 1일차, 호스슈메도우(Horseshoe Meadow)에서 락크릭(Rock Creek)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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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미국 본토의 최고봉인 휘트니산 정상과 존뮤어트레일 4구간을 걸은 6일간의 백패킹을 잘 마치고 돌아온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일년 중 가장 바쁜 시기에 자리를 비우는 것을 양해해주신 사장님과 사무실 동료에게, 그리고 부모님께서 미국에 오셨는데 혼자 거의 일주일동안 등산을 가겠다는 남편을 이해해준 아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또 그동안 블로그를 통해서 잘 다녀오라고 격려해주신 많은 이웃분들과, 무엇보다도 이번 6일간의 백패킹을 함께하면서 매일 먼저 텐트치고 기다려주신 일행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돌이켜보니 모든 것이 '운명(運命)'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쩌면 이번 6편의 산행기는 이전과는 달리 조금은 서사적 또는 시적(詩的)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전날 목요일 오후 5시반에 사무실을 나와서, 딱 4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서 395번 도로변의 작은 마을 인디펜던스(Independence)에서 유니투어 홍사장님을 만났다. 거기서 오니온밸리(Onion Valley) 주차장까지 올라가서 내 차를 놓아두고, 홍사장님의 차로 갈아타서 이 곳에 도착해 텐트에 들어가니까 밤 12시가 거의 다 되었었다. 그렇게 해서 다음날 해발 3천미터에서 맞이하는 새로운 아침~

여기는 론파인(Lone Pine)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면 올라 올 수 있는, 정확히 해발 1만피트(=3,048m)의 호스슈메도우 캠핑장(Horseshoe Meadow Campground) 또는 Cottonwood Pass Trailhead Campground라 불리는 곳이다. (구글맵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아침밥을 해먹고 텐트를 정리하고, 오전 9시에 트레킹을 출발할 때부터 고산증 때문에 약간은 머리가 띵한 상태였다. 정확히 1년만에 다시 꺼낸 커다란 야영배낭을 메고 트레일이 시작되는 이정표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1일차의 트레일 지도로 아침 9시에 오른쪽 Horseshoe Meadow를 출발해 Cottonwood Pass를 넘어 왼쪽 Rock Creek Crossing에 저녁 8시에 도착해서 11시간 동안 약 16마일(~26km)을 걸었으니, 사실 첫 날부터 좀 무리를 한 셈이다.

이 곳은 정확하게는 인요 국유림(Inyo National Forest)의 골든트라우트 윌더니스(Golden Trout Wilderness) 지역이다. 캠핑장 북서쪽에 흩어져있는 코튼우드 호수(Cottonwood Lakes)에서 무지개송어의 일종으로 배 부분이 노란 금색인 황금송어(golden trout)가 많이 잡히기 때문인데, 이 골든트라우트 물고기가 캘리포니아의 주어(州魚, state fish)라고 한다.

초원 너머로 보이는 산맥이 캘리포니아의 등뼈인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 주능선으로, 여기서 남쪽으로 트레일패스(Trail Pass)와 서쪽으로 코튼우드패스(Cottonwood Pass)로 길이 갈라지게 된다. 우리는 산맥을 넘어 북쪽으로 올라가야 하므로 서쪽 코튼우드 고개로 방향을 잡았다.

조금 올라가다가 뒤돌아 내려다 본 호스슈 초원의 모습인데, 어떻게 봐서 말발굽(horseshoe) 모양이라는 건지?

그리고, 다시 시작된 급경사 바위산을 올라가는 스위치백 등산로! 다시 사진으로만 봐도 숨이 차다... 헉헉~

그렇게 2시간반만에 도착한 해발 11,200피트(=3,414m)의 코튼우드패스(Cottonwood Pass)의 정상인데, 바위 위쪽으로 흰색으로 두껍게 보이는 것은 아직도 녹지않고 있는 겨울에 내린 눈이다.

사진을 찍어준다고 하니 손가락으로 V자는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미쳤지~ 내가 이 짓을 또 하다니..."

고개 정상의 이정표에는 여기가 남북으로 시에라네바다 산맥 주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퍼시픽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 PCT)과 만나는 사거리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서쪽으로 직진해서 내려가면 Big Whitney Meadow를 지나서 Kern Canyon을 만남) 여기 사거리에서 우리는 우회전을 해서 PCT를 따라서 북상을 시작한다.

우리를 앞질러 간 짐을 운반하는 말들에게 물을 먹이고 있는 카우걸(cowgirl)! 아니, 여러 마리의 말을 끌고 가고 있으니까 호스걸(horsegirl)이라고 불러야 하나? ^^

눈 녹은 물이 고여서 만들어진 이 호수의 이름은 Chicken Springs Lake인데, 닭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남서쪽으로는 조금 전 이정표에 씌여있던 빅휘트니 초원(Big Whitney Meadow)이 넓게 펼쳐져 보였다.

그리고 또 황량한 바위산 고개! 사진 가운데 저 멀리 일행분이 작게 멀어져가는 것이 보이는데, 이 때 부터 서서히 위기주부는 뒤쳐지기 시작하다가, 작은 개울을 만나서 함께 점심을 해서 먹고는... 힘을 내도 본격적으로 뒤쳐지기 시작했다.^^

코튼우드 패스보다도 더 높은 11,320피트의 바위산 능선을 넘어서니, 마침내 세쿼이아/킹스캐년 국립공원(Sequoia & Kings Canyon National Parks)으로 들어섰다는 안내판이 나타났다. 사실 이번 6일간의 백패킹의 트레일 대부분은 두 국립공원의 고산지대를 걷는 것인데, 그래서 아래의 국립공원 공식지도로 전체 코스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제일 오른쪽 아래의 Cottonwood Pass부터 녹색 점선으로 표시된 Pacific Crest Trail을 따라 걸어서, 세쿼이아 국립공원에 속한 Mount Whitney를 올랐다가 다시 John Muir Trail로 돌아나와 계속 북상을 해서, 두 국립공원의 경계인 Forester Pass를 넘은 후에 오른쪽 Kearsarge Pass를 넘어 Onion Valley로 빠지는 코스인 것이다. 세쿼이아/킹스캐년 국립공원의 동쪽 절반인 위의 지도 안에서 위기주부가 이번 백패킹 전에 가본 곳은 딱 하나가 있는데, 지도 왼쪽 위에 파란색으로 씌여진 '물안개' 미스트 폭포(Mist Falls)가 바로 그 곳이다. (여행기는 여기를 클릭하면 보실 수 있음)

세쿼이아 국립공원에 들어서고 조금 지나서 여성 파크레인저(Park Ranger)를 만났다. (동영상을 캡쳐한 사진임) 어김없이 퍼밋(permit), 허가증과 곰통 검사를 하고는 락크릭(Rock Creek)까지 아직 3마일이나 더 남았다고 알려주었다. 레인저가 지나가고 나서 위기주부가 3마일이나 더 가야한다고 투덜대니까 홍사장님 왈, "아니 3마일이 문제야? 지금 저렇게 아름다운 레인저를 만났는데..."

저녁 8시가 다 되어서 1일차 야영지인 락크릭 크로싱(Rock Creek Crossing)에 도착을 하니, 25살이라는 남자 혼자 일찌감치 캠프파이어를 피워놓고 삼각대로 셀카를 찍고 있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나이가 50대라는 '친구'와 두 명이서 25일간 JMT를 종주하는 퍼밋을 받아서 5일전에 우리와 같은 호스슈에서 출발해서 전전날 휘트니산에 올라갔는데, 이전에 이미 3번이나 휘트니에 올랐던 그 친구분이 내려오면서 고산증으로 몸이 안 좋다고 하더니, 크랩트리 레인저스테이션에서 산소통으로 응급치료를 했는데도 호전되지가 않아 결국은 헬기로 론파인으로 이송이 되었다고 한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구조헬기 사진을 보여줬던 이 친구는 정작 이번에 JMT가 처음^^) 그래서, 혼자 JMT를 계속 할 수는 없어서 호스슈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하는데... 더 놀라운 것은 레인저스테이션에서 자기 엄마와 연락되서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엄마가 퍼밋이 남은 기간동안 함께 JMT를 하겠다고 해서 모레 호스슈에서 만나서, 다시 이 길로 엄마와 함께 돌아와서 북쪽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까지 가보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첫날 찍은 동영상을 편집해서 붙인 것인데, 등산모자 옆에 액션캠을 달았더니 모자챙이 화면에 자꾸 나오고, 현장감을 위해서 배경음악도 깔지 않아서 별로 감상할만 하지는 않지만, 관심있으신 분은 클릭해서 보시기 바란다. 그래도 시에라의 개울물 소리, 말을 끌고 지나가는 카우걸, 또 아름다운 여성 레인저와의 대화, 그리고 어두워지는 락크릭 캠프의 모습을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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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부 애덤슨하우스(Adamson House) 구경과 산타모니카 피어의 부바검프(Bubba Gump)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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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도 지난 7월초 독립기념일 나들이 이야기... 그래서 3편과 4편을 합쳐서 하나로 빨리 끝맺기로 한다~^^ 아직도 댓글 하나 달리지 않은 2편에 소개했던 힌두사원(Hindu Temple) 구경을 마치고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산타모니카 산맥을 남쪽으로 넘어서 말리부(Malibu) 바닷가에 도착을 했다.

주차장이 꽉 차서 위기주부는 도로변에 기다리고 있고, 아내와 지혜만 부모님과 함께 구경을 하러 들어간 이 곳은 말리부 바닷가에 숨은 보석과도 같은 곳인 애덤슨하우스(Adamson House)이다. (구글맵 지도로 위치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여기 Adamson House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여기를 클릭해서 6년전 우리 가족의 여행기를 보시면 된다.

어김없이 7월초 말리부 서프라이더비치(Surfrider Beach)는 파도타기를 즐기는 많은 '서퍼(surfer)'들로 가득했다.

애덤슨하우스 뒷뜰의 멋진 타일장식과 또 신기한 식물들을 배경으로 지혜가 외할머니와 함께 찰칵~

(아래에 나올 산타모니카 바닷가와 비교해서) 훨씬 덜 붐비는 말리부 백사장과 말리부 부두(Malibu Pier)가 바로 앞에 보이는데, 철조망으로 구분되어 있어서 애덤슨하우스에서 바로 나갈 수는 없게 되어있다.

주립공원으로 관리되고 있는 애덤슨하우스 저택은 바닷가 야외결혼식 장소로 인기가 있는 곳이라고 한다.

또한 뒤로 보이는 모래톱이 석호(lagoon)를 만들고 있어서, 서쪽으로 이어진 바닷가는 Malibu Lagoon State Beach로 관리가 되고 있다. 이렇게 한적하고 예쁜 애덤슨하우스의 짧은 구경을 마치고 해안도로를 달려서 향한 곳은...

독립기념일 휴일을 사람 많은 곳에서 보내려는 사람들로 가득한 산타모니카 부두(Santa Monica Pier)이다.^^ 사람들이 몰릴 것을 예상해서 이미 부두 위의 주차장은 폐쇄를 하고, 차들이 다니는 왼쪽 도로도 모두 인도로 개방을 해놓았다. 사람들 사이로 보이는 자동차 한 대는 클래식 경찰차~

"여기 돌아보세요~"찰칵! 이 때도 위기주부는 부두 앞에 내려드리고 주차를 하러 가서, 아내가 찍은 사진이다.

부두 위를 걸어가면서 내려다 보이는 넓은 백사장을 배경으로~

2017년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오후의 산타모니카 바닷가... 파라솔 요금은 받지 않는다.

부두 위에서 열심히 공연을 하고있던 '락커(Rocker)' 가족이다. 4명 앞에는 각각의 '락카통'이 놓여있었다...^^

미국 66번 도로의 서쪽 끝인 산타모니카 피어는 평소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인데, 이 날은 정말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미국 독립기념일의 트레이드마크인 불꽃놀이는 여기 산타모니카 바닷가에서는 하지 않는다.

이 날은 부모님과 이른 저녁을 여기 산타모니카 부바검프(Bubba Gump)에서 미국식 해산물요리로 먹기로 했다.

해변가 1층 자리로 안내되어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포레스트 검프'역의 톰 행크스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영화 속 그의 명대사,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요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

부모님과의 독립기념일 이른 저녁식사~ (이 식당에 관한 자세한 포스팅은 여기를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음)

산타모니카 부두로 들어가는 입구 위 하늘에, 비행기 5대가 횡대로 지나가면서 만든 터키항공(Turkish Airlines) 광고가 떠있다. 바로 집에 돌아가기가 아쉬워서 소화도 시킬 겸, 산타모니카의 써어드스트리트 프롬나드(3rd Street Promenade)를 잠시 구경하기로 했다.

"그런데, 부모님이 갑자기 왠 꼬마와 사진을?"ㅋㅋ 이것은 7년전에 미국에 처음 오셨을 때 사진이고 (여기를 클릭),

일부러 같은 자리에서 이번에 다시 찍은 사진이니까, 다들 두 사진에서 틀린그림찾기를 해보시기를 바란다~^^



알함브라의 추억 3 - 카를로스5세 궁전(Palacio de Carlos V)과 성채로 사용된 알카자바(Alcaza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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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이슬람의 역사가 공존하는 남부 스페인 안달루시아(Andalucía) 지방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알함브라(Alhambra)의 마지막 추억으로, 카를로스5세 궁전(Palacio de Carlos V)과 알카자바(Alcazaba)를 소개한다.

레고로 쌓은 것 같았던 독특한 외관을 찍은 사진이 없어서, 카를로스5세 궁전(Palacio de Carlos V)은 동영상으로 먼저 보여드리는데, 외관은 첫장면에 살짝 나오니까 궁금하면 화면을 정지시켜서 보시기를~^^

카를로스5세 궁전 르네상스 기둥에 기대서서...

스페인 왕국이 그라나다를 무어인들에게서 되찾은 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정사각형 안에 원형의 빈 공간을 만들고 그 사이에 방들을 배치한, 당시로서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로 지어졌다고 한다. (동영상에 잠시 나오는데, 현재 2층의 방들은 별도의 입장료가 있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음)

기하학적 대칭으로 만들어진 건물이니까, 한바퀴 돌아봐야 똑같은 모습일 것이 뻔하므로, 입구쪽만 구경하고 나가면 된다.^^

알함브라 구경의 마지막은 왕궁을 지키는 성채로 언덕 끝에 위치한 알카자바(Alcazaba)였는데, 사모님께서는 <꽃보다 할배: 스페인편>에서 보니까 계단을 많이 올라가는 곳이라서 그냥 입구 나무그늘에서 기다리겠다고 해서 지혜와 둘이만 입장을 했다. (구글지도로 위치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표를 보여주고 들어가서 바로 오른쪽에 있는 '둥근탑(Round Tower)' Torre del Cubo에 올라가서 돌아보면, 오른쪽이 조금 전에 들어갔다가 나온 카를로스5세 궁전이고 왼쪽이 아침에 제일 먼저 구경했던 나스리 궁전(Palacios Nazaríes)이다. (포스팅은 여기를 클릭)

언덕 아래로 보이는 똑같은 지붕 색깔의 오래된 건물들~

하지만, 진짜로 올라가야 하는 곳은 저 멀리 깃발들이 세워져 있는 저 '감시탑(watch tower)' Torre de la Vela이다.

감시탑까지는 이렇게 건물 흔적만 남은 Plaza de Armas를 지나야 하는데, 이 성을 지키는 군인들이 생활하던 시설이 있던 곳이라고 한다.

예상보다 많지 않은 계단을 올라서 감시탑의 정상에 도착을 했다. "별로 힘들지도 않구만, 같이 와보지~"

감시탑 꼭대기에서는 서쪽으로 그라나다(Granada)의 구시가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고, 그 중심에는...

그라나다 대성당(Catedral de Granada)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오후 계획은 다른 곳을 방문하는 것으로 잡혀있었기 때문에, 구시가지와 대성당은 이번 여행에서 구경을 하지 못했다.

옥상으로 올라오는 계단 지붕을 미끄럼틀 삼아서 놀고있는 아이들을 지나 반대편 동쪽으로 내려다 보면,

멋진 성채 건물의 전체 모습과 그 사이로 저 멀리 흰색의 헤네랄리페(Generalife) 궁전의 모습도 보인다. (포스팅은 여기를 클릭)왼쪽에 사람들이 많이 올라가있는 곳이 입구 옆에 있던 '둥근탑' 전망대인데, 가까이에도 왼쪽으로 길게 만들어진 성벽을 따라서 걸어가면 또 다른 전망대가 있었다.

지혜가 보더니 자기가 먼저 저기에 내려가서 끝에 설테니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고는 달려 내려갔다.

그렇게 해서 전망대 끝에서 만세하고 찍은 사진을 끝으로, 알카자바(Alcazaba) 구경을 마치고 입구로 돌아서 나갔다.

알카자바 앞의 나무그늘 아래에서 배를 깔고 도도하게 자리를 잡고있던 고양이인데, 뭔가 집시의 애잔함이 느껴진다.^^

입구에서부터 감시탑 꼭대기까지 찍은 동영상으로, 들어가지 않은 아내를 위해 사진에 없는 이동하는 통로와 계단을 올라가는 것을 모두 넣었더니 쓸데없이 좀 긴 느낌이지만, 현장감을 원하시는 분은 클릭해서 보시기 바란다.

기념품 가게들을 좀 구경하고는 걸어서 우리 숙소인 알함브라팰리스 호텔(Alhambra Palace Hotel)로 돌아왔는데, 정말 이 좋은 위치의 호텔에서 2박을 한 것이 스페인 여행 스케쥴의 '신의 한 수'였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며 여기를 클릭)

"Cerveza, por favor"호텔 레스토랑의 발코니에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 점심을 먹고는, 이어지는 오후와 저녁 관광을 위해서 호텔방으로 올라가서 3명 모두 시에스타에 빠져들었다~





휘트니와 존뮤어트레일 2일차, 락크릭에서 크랩트리(Crabtree)를 지나 기타레이크(Guitar Lake)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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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본토의 최고봉인 해발 4,421m의 휘트니 산(Mount Whitney)을 오르는 경로는 두 가지가 있다. 간단하지만 힘든 경로는 산맥의 동쪽에 있는 해발 2,552m의 휘트니포탈(Whitney Portal)까지 자동차로 가서 수직으로 1,870m를 1박2일 또는 당일로 올라가는 것이고, 보다 쉬운(?) 경로는 산맥의 서쪽에 있는 해발 3,495m의 기타레이크(Guitar Lake)에서 캠핑하고 앞의 절반인 수직 926m를 올라가는 것이다. 하지만, 두번째 서쪽 경로의 문제는 기타레이크까지 가는데 최소 2일은 위기주부처럼 백패킹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바로 그 기타레이크까지 가는 이틀째의 산행기이다.

첫날밤 캠핑을 한 해발 2,927m의 락크릭(Rock Creek) 캠프사이트에 아침이 밝았다~ JMT를 함께 종주하려던 친구는 구급헬기에 태워보내고, 대신에 어머니와 함께 JMT를 하기로 했다던 저 분은 엄마와 JMT를 잘 마쳤을까? (1일차 백패킹 산행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2일차의 산행지도로 오전 9시에 락크릭을 출발해서 9.5마일(15.3km)을 걸어서 해발 3,495m의 기타레이크(Guitar Lake)에 오후 7시에 도착을 했다. (구글지도로 위치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등산화 끈을 단단히 조여매고 출발했는데... 바로 등산화를 벗어야 했다~^^ 여기 락크릭을 포함해서 둘쨋날은 3번 등산화를 벗어서 목에 걸고 물길을 건너야 했다.

10,900피트(3,322m)의 Guyot Pass로 올라가는 바윗길을 짐을 실은 당나귀들을 끌고 말을 타고 올라오는 카우보이인데, 아래 동영상에 나오지만 인사도 안 받아주고 좀 고독(또는 싸늘^^)한 느낌을 풍겼다.

고개에 도착해서 뒤로 해발 3,744m의 기요 산(Mount Guyot) 정상과 함께 포틀랜드에서 아내와 함께 오셨다는 웃통을 벗은 63세의 아저씨가 보이는데, 위기주부 모자에 달고있는 액션캠을 보시더니 나의 비디오를 볼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일장연설을 하셨으니,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2일차 동영상을 보시기 바란다.

고개를 넘어서 내려가는 길에는 말을 타고 PCT를 지나는 그룹을 만났다. 보통 이런 투어는 당일치기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텐트와 식량을 별도로 운반해서 미리 캠프사이트에 식사까지 다 준비를 해놓고 PCT나 JMT를 따라서 몇 박을 하며, 말 위에서 편하게 경치를 구경하는 '럭셔리'한 투어도 있다고 한다.

바위산을 돌아서 내려가니 마침내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 산맥의 주능선이 다시 나타나고, 우리가 거슬러 올라가야 할 마지막 물줄기를 따라서 펼쳐진 초원과 나무들이 보인다. 글쎄~ 세상의 끝에 다가가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당시에는 계곡 끝에 뾰족하게 보이는 저 산이 휘트니라고 생각을 했는데, 복습을 하면서 확인해보니 휘트니 바로 북쪽에 있는 해발 4,296m의 러셀 산(Mount Russell)이었다. 휘트니 산은 그 오른쪽으로 가까이 보이는 언덕에 가려서 보이지를 않았던 거고 말이다.

그 마지막 물줄기 휘트니크릭(Whitney Creek)에 도착을 하니 또 다른 카우보이들이 짐을 실은 말들에게 물을 먹이고 있었다. 물살은 세지 않았지만, 여기도 역시 이번 겨울에 내린 많은 눈으로 아직도 수위가 높았기 때문에 등산화를 벗고 건너야 했다.

조금 올라가다가 개울을 따라 펼쳐진 초원이 보이는 곳에서 점심을 해서 먹었다.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멀리 풀을 뜯는 사슴들도 보이는 참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그리고 좀 더 휘트니크릭을 따라서 거슬러 올라가면 마침내 존뮤어트레일(John Muir Trail, JMT)과 만나는, 휘트니 산의 서쪽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세쿼이아 국립공원의 크랩트리 레인저스테이션(Crabtree Ranger Station) 삼거리가 나온다. 표지판에 붙여놓은 종이에는 PCT퍼밋만 가진 사람은 여기서부터 휘트니 정상 사이에서는 캠핑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씌여있고, 옆의 빨간 플라스틱 통에는 바로 '똥봉투' 웩백(wag bag)이 들어있어서 필요한 사람은 한 장씩 가져가라고 되어 있다. 기타레이크와 휘트니포탈 사이는 전부 바위라서 땅을 팔 수가 없기 때문인데... 더 궁금하신 분은 댓글로 질문하시면 상세히 답변 드린다~^^

해발 3,268m의 크랩트리에서 마지막 2.7마일을 걸어 수직으로 200여 미터를 올라가는 것이 둘쨋날 가장 힘들었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 두 분이 엄청난 속도로 나를 추월해서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느낀 것은... "여기서는 남자와 여자의 구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산을 잘 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구분만이 존재하는군!" T_T

중간에 나오는 이 아름다운 호수의 이름은 팀버라인레이크(Timberline Lake), 즉 말 그대로 '수목한계선' 호수이다. 사진에 보이는 키 큰 나무들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호숫가를 마지막으로, 여기서 더 올라가면 나무들도 살지 못하는 고산지대가 되는 것이다.

해도 지는데 구름까지 끼면서 급격히 추워지길래 빨리 등산쟈켓을 꺼내서 입었다. 이 때부터는 이미 매 발걸음마다 내가 걸어서 올라간 최고 고도를 갱신하고 있었다. 끝이 없을 것 같던 황량한 오르막길... "기타는 어디 있는거야?"

작은 호수(?)가 나왔는데, 텐트 하나 안보이고, 여기는 아닌 것 같다~ "그럼 여기는 뭐지? 바이올린 호수인가?"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겨우겨우 힘을 내서 풀들도 없어지기 시작하는 호수 뒤 언덕을 넘어서니,

짜잔~ 햇살까지 때맞춰 비추면서 기타레이크(Guitar Lake)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호수의 이름이 왜 기타인지는 내일 밝혀짐) 교회 빼먹고 산에 왔는데, 성경구절이 막 떠오른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 가으로 인도하시는도다. <시편 23:2>

기타레이크 캠프사이트 도착하기 까지의 2일차 동영상이다.머리 옆에 달았던 카메라의 각도가 너무 위쪽으로 좀 안 맞기는 하지만, 산 넘고 물 건너는 모습이 궁금하신 분들은 클릭해서 보시기 바란다.

"운명이야, 운명~"그래서, 우리가 내일 올라가야 할 곳은 어디에 있는지 물어봤더니, 유니투어 홍사장님이 말없이 고개를 들어 텐트 너머로 시선을 던진다.

(저녁 해먹고 1시간 정도 지나서 찍은 사진임) 일몰의 붉은 햇살을 받고 있는 뾰족한 바위들 너머에 휘트니 산이 있어서, 정상은 여기 베이스캠프에서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서 정상까지 직선거리로는 2km 정도 떨어져있지만, 저 고질라 등껍질같은 바위산을 바로 올라가는 길은 없으므로 돌아서 올라가야 한단다.

푸릇한 풀들이 보이는 물길을 따라서 호수 뒤 언덕을 넘어서 사진 가운데까지 가서, 스위치백으로 해발 4,170m의 주능선을 넘는 고개인 Trail Crest까지 올라간 후에, 능선을 따라서 북쪽의 4,421m 정상까지 빙 돌아가는 트레일의 총 길이는 8km 정도 된다고 한다. 새벽 4시에 일어나기로 하고 저녁 9시가 넘어서 침낭에 들어갔는데, 입가심으로 식후에 마신 녹차 때문인지? 해발 3,500미터의 고도 때문인지? 아니면 휘트니에 올라간다는 긴장감 때문인지? 새벽 4시에 손목시계의 알람 소리가 들릴 때까지 정말 한숨도 자지를 못하고 다시 눈을 떴다.




게티와 사랑에 빠지신 어머님! 게티센터 '폴게티의 인생과 유산(J. Paul Getty Life and Leg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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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제목이 좀 웃기기는 하지만... 이 날 부모님과 게티센터(Getty Center)를 방문했던 사진들을 다시 보니, 입에 침이 마르게 게티를 칭찬하던 어머님의 모습이 다시 떠올라서 이렇게 적어보았다.^^

미국에 오실 때마다 모시고 가서 이미 두 번이나 방문하셨던 곳이기는 하지만,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지혜를 옛날 살던 베벌리힐스에 내려다주고 게티센터에 왔는데... 여름 관광철에 주말까지 겹쳐서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구글지도는 여기를 클릭)

트램을 내려서는 모두들 향하는 계단으로 올라가지 않고, 연세가 있으신 부모님을 위해서 반대편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화분에 심어진 예쁜 꽃들을 보시더니, 그 사이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신다. 아직도 소녀감성~^^

언제나 가장 재밌게 둘러보시는 남쪽전시장(South Pavilion)의 중세 유럽의 가구와 장식들을 구경하고,

바깥 통로에 특별전시중이라는 대리석 조각 아래에서도 사진을 찍었다.

루브르에 모나리자가 있다면, 게티에는 아이리스가 있다... 늘 사람들로 가장 붐비는 서쪽전시장(West Pavilion) 2층에서 고흐의 <붓꽃> Iris를 비롯한 유럽의 명화들을 다시 감상한다.

그리고는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대리석의 높은 기둥 아래의 카페에서 간단한 빵과 커피로 간식을 즐겼다.

게티센터(Getty Center)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야외정원도 구경을 해야지~

건물공사를 하고 남은 철골과 넝쿨식물을 이용해서 만든 거대한 '꽃다발' 아래의 의자에 앉아서 휴식

'꽃의 미로'는 꽃들은 모두 지고 아주 깔끔하게 이발을 한 모습이었는데, 저 아래쪽은 내려가보지 않았다. 대신에 전에 왔을 때는 없었던 폴게티(J. Paul Getty)에 관한 작은 전시실이 만들어져서 그 곳을 마지막으로 둘러보기로 했다.

게티의 인생과 유산(Getty Life and Legacy) 안내판 앞에서 어머님께서 꼭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하셔서...^^

1892년에 미국에서 태어나서, 1976년에 영국에서 사망하고, 그 후에 여기 게티센터가 만들어지기까지를 연도별로 소개한 사진 하나하나를 아내와 함께 꼼꼼하게 보셨다.

폴게티는 석유사업으로 돈을 벌어서, 1957년에 미국 최고의 부자로 선정이 되었으며, 평생을 골동품과 미술품 수집에 바쳤다고 한다. 그가 수집품 관리를 위해서 1953년에 만든 게티재단은 사후 40년이 지난 지금도 전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미술기관(art institution)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영국 거주지였던 대저택 Sutton Place에 방문자들이 공짜로 전화를 못 쓰도록, 한 때 유료 공중전화를 설치한 '구두쇠'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도 1973년에 이탈리아에서 16살의 손자가 납치되어서 납치범들이 1천7백만불의 몸값을 요구한 것을 거부하고, 몇 개월 후에 그 손자의 한 쪽 귀가 잘려서 배달된 다음에야 몸값 3백만불에 합의를 한 사건이 유명하다. (그 300만불도 220만불은 자신이 부담했지만, 나머지 80만불은 납치된 손자의 아버지, 즉 자기 아들에게 연4% 이자로 빌려주는 것으로 했다고 함)

이렇게 게티센터 구경을 마치고 뒤로 보이는 출입구 건물로 나가면서 기념품 가게를 둘러보고나서 마지막으로 한 것은...

정문 옆에 만들어져 있는 폴게티(J. Paul Getty)의 흉상과 함께 어머님 독사진 찍어드리기~^^ 이 날 오후에 간단히 둘러본 센츄리시티(Century City) 쇼핑몰과 베벌리힐스(Beverly Hills)는 생략하고, 바로 그 다음 주말로 예약해서 찾아간 게티빌라(Getty Villa) 방문기가 계속 이어진다.



스페인 집시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사크로몬테 동굴박물관(Museo Cuevas del Sacromo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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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Notre-Dame de Paris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여주인공 에스메랄다(Esméralda)가 떠돌이 집시(gipsy) 여인으로 나온다. 프랑스를 지나서 스페인 남부까지 내려온 집시들이 그라나다에서 정착을 한 곳이 알함브라 건너편의 사크로몬테(Sacromonte) 언덕이라고 한다.

오전에 알함브라 궁전 구경을 마치고, 점심 먹고 시에스타를 즐긴 후에 호텔을 나와서 언덕길을 걸어 내려간다.

훨씬 더 오래전에 내가 뛰어놀던 골목길, 자동차가 못 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 두 명 겨우 지나가던, 그런 좁은 골목길을 떠올리게 했던, 스페인 그라나다(Granada)의 그 골목길에 지혜가 서있다.

호텔에서부터 10분 이상을 걸어내려와서 큰 도로를 만날 때까지를 편집한 동영상이다.이걸 왜 다 찍었을까? ^^

도로 저 쪽으로 가면 그라나다 대성당(Catedral de Granada)이 있는 시내 중심가인데, 대성당은 남은 스페인 여행기간에 볼 일이 많이 남았으니 우리는 예정대로 반대쪽을 향해 걸어갔다.

법원 건물 앞으로 넓은 이 곳은 Plaza de Santa Ana라는 광장인데, '짜가' 나이키와 아디다스 운동화 등을 땅바닥에 펴놓고 파는 흑인들이 많이 있었다. 막 결혼식을 한 것 같았던 Church of San Gil and Santa Ana 성당 뒤쪽 언덕 위에, 지혜와 올라갔던 알함브라의 알카자바(Alcazaba) 감시탑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포스팅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실개천이 흐르는 다로 강(Rio Darro)을 따라서 만들어진 이 길은 알함브라를 오른편으로 올려다 보면서 또 다른 광장까지 이어지는데, 그라나다 여행에서 꼭 걸어봐야 할 인기있는 관광지였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Carrera del Darro 도로를 따라서 Paseo de Los Tristes 광장까지 걸어가는 동영상이다.

광장에 도착하니까 남자 플라멩고 댄서의 동상이 하나 서있길래... 오래간만에 몸소 '동상 따라하기' 한 번 해봤다~^^ 뒤쪽 언덕 위로는 알함브라의 하얀색 여름궁전 헤네랄리페(Generalife) 건물이 보인다. (포스팅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Paseo de Los Tristes 광장은 이렇게 알함브라의 붉은 성벽을 올려다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노천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주변에 많이 있는 곳이다. (구글맵 지도로 위치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여기서 우리는 잠시 숨을 돌리고, 본격적으로 북쪽 사크로몬테(Sacromonte) 언덕길을 올라가게 된다.

사크로몬테 언덕에는 플라멩고와 기타공연을 하는 곳들이 많은데, 그냥 공연만 하는 소극장 같은 곳도 있지만 식사를 하면서 공연을 보는 레스토랑들도 있어서, 잘 골라서 들어가야 한다.

언덕길을 제법 올라갔더니 이렇게 정면으로 알함브라 궁전이 보인다. "역시 여행에서는 높이 올라가야 돼~"

사크로몬테 언덕의 건물들은 벽을 모두 흰색으로 칠해놓았지만, 군데군데 이렇게 강한 원색으로 '뽀인트'를 준 것이 많았다. 뭔가 엉성하지만 매력이 있는 이 길을 걸어서 우리가 찾아가고 있는 곳은...

오른쪽 노란 안내판을 세워둔 사크로몬테 동굴박물관(Museo Cuevas del Sacromonte)이다. 뒤로 보이는 카페도 자세히 보면 입구와 발코니를 빼고는 건물 내부는 땅을 판 '동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박물관은 언덕 제일 꼭대기에 있어서 계단을 제법 올라가야 하는데, 올라가는 담벼락에 낙서인 듯 아닌 듯 헷갈리는 글들이 적혀있다. 제목만 찾아보니까 "leyenda"는 전설(legend)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호텔을 나와 1시간 넘게 걸어서 목적지인 사크로몬테 동굴박물관 입구에 도착을 했다. (구글맵 지도로 위치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3명 입장료를 내고 직원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 들어가 보면,

10개 정도의 동굴 입구가 보이는데, 각각의 내부를 주제별로 나름 잘 전시해놓았으니 제일 왼쪽 동굴부터 들어가면 된다.

그라나다까지 내려온 집시들이 하나둘 여기 언덕에 이렇게 동굴을 파서는 살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다른 것은 몰라도 여름에는 정말 시원했을 것 같다. 언덕을 올라오면서 보니까 지금도 실제로 이런 동굴을 집으로 사용하는 것이 분명한 곳들이 많이 보였다.

이 노래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라나~ ♪ ... 밤에는 별따라 낮에는 꽃따라 ... 집시 집시 집시 집시여인 ♬

여러 동굴들이 어떤 식으로 전시가 되어있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동영상을 클릭해서 보시기 바란다.힘들게 동영상을 찍고 편집했는데 굳이 내부의 사진들을 또 일일이 올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어서, 그냥 마지막 화면에 나오는 아래의 사진으로 끝 맺는다.

붉은색의 알함브라와 하얀색의 사크로몬테, 왕이 살던 알함브라와 집시들이 살던 사크로몬테... 가운데 다로 강(Rio Darro) 계곡을 사이에 두고, 어떤 이야깃거리들이 흘러흘러 오늘까지 왔을까? 그 이야기들을 듣기 위해서 이제 이 언덕의 동굴 안에서 집시의 후예들이 공연하는 플라멩고를 보러가자.





휘트니와 존뮤어트레일 3일차, 미본토 최고봉 해발 4,421m의 휘트니산(Mount Whitney)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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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중에 산소(oxygen)의 비율을 보통 21%라고 하지만, 그건 바닷가 근처에서 숨을 쉬는 경우로 고도가 올라가면 산소의 비율은 조금씩 줄어들게 된다. 궁금해서 찾아보니까... 텐트 안에서 잠들지 못했던 해발 약 3,500m 기타레이크에서의 산소농도는 13.5%이고, 휘트니산 꼭대기에서는 약 12%로, 평소에 숨쉬던 곳의 산소농도에 비해서 거의 절반 수준이었다.

백패킹 3일차의 트레일지도로 기타레이크(Guitar Lake)를 새벽 4시반에 출발해 약 5마일(8km) 걸어서 휘트니산 정상에 오전 10시경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다시 기타레이크로 돌아온게 오후 2시쯤? 점심 먹고 좀 쉬었다가 텐트 철수해서 크랩트리에 도착한 것은 저녁 6시쯤 되었던 것 같다. 이 날 걸은 거리는 12.5마일로 약 20km 정도인데, 정확한 실제 소요시간은 잘 모르겠다. 그 이유는 마지막에 알려드리기로 한다~

그래도 빈 속으로 갈 수는 없다고, 4시에 일어나 스프 조금 끓여서 한 숟갈씩 먹고 출발을 했다. 1시간 정도 헤드랜턴 불빛만을 따라서 비몽사몽 걷다가 보니 동쪽 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밝아오기 시작한다.

아침 6:07분... 물에 타놓고 깜박 잊은 미숫가루처럼 어둠은 점점 아래로 침전되고, 그 위로 투명한 아침 공기가 뚜렷한 경계를 가지며 자리를 잡았다.

20분 정도 지나니까, 저 멀리 컨 협곡(Kern Canyon) 너머의 봉우리들부터 아침 햇살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가 2시간째 지그재그로 올라가고 있는 바위산은 아직도 어둠이 완전히 물러가지 않고 있다.

아침 7시가 되자 마침내 저 아래 '마지막 계곡' Whitney Creek의 좌우 봉우리들에도 햇빛이 들기 시작하고, 그 모습을 앞서가는 다른 하이커가 사진으로 찍고 있다. 그리고, 이 사진 한 가운데에 금빛으로 반짝이는 것이 바로...

우리가 캠핑을 한 기타(guitar) 모양으로 생긴 '기타 호수'이다. 사진에서 호수 오른쪽에 풀들이 많이 있는 곳으로 흘러드는 물줄기 바로 위에 있는 우리 일행의 텐드들을 원본사진에서는 확인할 수 있었다.

트레일크레스트정션(Trail Crest Junction)이라고 불리는 저 삼거리는, 산맥의 동쪽 휘트니포털에서 올라오는 사람들과 우리처럼 서쪽 기타레이크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만나는 곳이다. 즉,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동서로 넘어가는, 주능선에서는 '낮은' 고갯길이지만 해발고도가 4,170m나 되고, 위기주부는 기타레이크에서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3시간이 걸렸다. (다른 일행들은 몇십분 일찍 도착했음)

한 숨 돌리고 뒤를 돌아서 내려보면, 오른쪽 끝에 수직으로 675m 아래의 기타레이크가 보인다. 가운데 보이는 커다란 두 개의 호수는 히치콕레잌스(Hitchcock Lakes), 그 위로 병풍처럼 직각으로 우뚝 서서 햇살을 정면으로 받고있는 바위산은 마운트히치콕(Mount Hitchcock)이란다. 혹시나 영화감독 '히치콕'과 관계가 있나싶어서 찾아봤더니, 1868년부터 40년간 다트머스 대학의 지질학 교수를 했던 사람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물론 그 교수님과 영화감독의 혈연관계 여부까지는 조사를 안 했다. 내가 무슨 탐정도 아니고...^^

일단 Guitar Lake에서 Trail Crest Junction까지 올라오면서 찍은 비디오를 하나로 편집했다.숨소리와 발자국 소리는 물론, 마른 기침소리와 엉성한 영어대화에, 심지어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까지 나오기는 하지만, 그냥 나를 위한 현장감있는 기록으로 모두 남겨두기로 했다.

여기까지 무거운 야영배낭을 메고 올라온 사람들은 고개를 넘어가는 하이커들로, 여기에 야영배낭은 놔두고 1.9마일 남은 휘트니 정상까지는 물과 간식만 챙겨서 다녀오게 된다. 우리는 기타레이크에서부터 그렇게 가볍게 해서 올라왔기에 망정이지, 아마 나는 이 날 야영배낭을 메고는 여기까지 못 올라왔을 것 같았다... 그렇게 10분 정도 쉰 다음에 가운데 보이는 돌계단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이 사진보다는 나중에 저 아래 두번째 동영상을 클릭해서 보시면 훨씬 더 짜릿함을 느끼실 수 있을거다~^^

정말 톱니같은 주능선의 바위산들인데, 이 사진 한가운데인 톱니날 사이의 낮은 골을 지날때면,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동쪽 저 아래의 오웬스밸리(Owens Valley)가 내려다 보였다. 나중에 동영상에서 보실 수 있지만, 지금 이 사진을 찍은 곳은 좌우가 모두 절벽이라서 그야말로 면도칼 위에 서있는 느낌이었다.

톱니를 지나고 나면 이번에는 바늘이 등장한다. 제일 뒤에 보이는 절벽의 꼭대기가 휘트니 산의 정상이고, 그 앞이 Keeler Needle, 그리고 사진 오른쪽 끝에 뾰족하게 보이는 것이 Day Needle이라고 한다. 여기 서쪽은 그냥 경사진 돌무더기지만, 동쪽은 500m 이상의 수직의 절벽이 뾰족하게 나와있어서 '바늘(needle)'이라고 부르는데,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시면 여기를 클릭해서 첫번째 사진을 보시면 된다.그리고, 얼핏 봐서는 정상에 다 온 것 같지만, 여기서도 수직으로 150m 이상을 더 올라가야 했다.

걷고 있는 길에 비해서 서쪽 아래로는 참 평화스러운(?) 풍경이 내려다보인다. '파란색 기타'를 지난 물길을 따라서 나무들이 보이고, 그 숲이 끝나는 곳이 남북으로 흐르는 컨캐년(Kern Canyon)이다. 협곡 너머로 다시 4,000미터가 넘는 산맥이 나오고 그 너머가 7월 마지막 주말을 맞아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을 세쿼이아 국립공원의 자이언트포레스트(Giant Forest)이다. 물론, 지금 내가 서있는 곳과 휘트니 산의 정상도 세쿼이아 국립공원(Sequoia National Park)에 속한다.

정상까지의 원래 트레일은 사진 가운데 두 명의 사람이 서있는 것이 보이는 눈 덮인 지역을 지나서 완만한 경사로 빙 돌아서 올라가도록 만들어졌다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전에 케른(cairn)으로 표시된 곳에서 정상으로 바로 치고올라가는 지름길을 이용을 했다.

바로 여기서 정면으로 보이는 길(어디?)을 따라서 올라가는 것인데, 저 위에서 유니투어 홍사장님이 내가 이쪽으로 올라오는지 확인하려고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자~ 마지막이다!"등산스틱을 접어서 배낭에 넣은 다음에 초반부는 거의 기어서 올라갔다.

그리고 40분 후,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제외한 미국 본토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해발 4,421m 마운트휘트니(Mount Whitney) 정상에 도착했다. 일단 앉아서 숨 좀 돌리고...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계속해서 숨 좀 돌리고... 모델이 못 일어나니까, 사진사가 모델 주위를 돌면서 찍어주신다~^^

정상의 동쪽 끝 절벽 위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기서 다시 사진 찍을 일은 없겠지?"

바로 발아래로는 아직도 청록색으로 얼어있는 것 같은 '빙하 호수' 아이스버그레이크(Iceberg Lake)가 보이는데, 해발 3,850m의 저 호수를 베이스캠프로 휘트니 정상까지 암벽등반을 하는 산악인들도 있다고 한다.

일반인들이 특별한 장비 없이 휘트니 정상에 오를 수 있는 트레일은 이 명판에 안내된 것처럼 1930년에 만들어졌단다. 참고로 이 표지판에는 산의 높이가 14,496.8피트로 되어있고, 세쿼이아 국립공원의 팜플렛에도 비숫한 14,494피트(4,418m)로 되어있는 것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최신 기술로 정확히 측정한 해발고도는 14,505피트로 4,421m라고 한다.

두번째 동영상은 Trail Crest 휘트니 정상(Summit)까지, 그리고 정상에서 주변을 둘러본 모습이다.

비디오에 나오는 정상 바로 아래에 만들어진 대피소인데, 갑작스런 추위나 눈비를 피하는데는 물론이고, 지붕 위에 만들어진 피뢰침들이 말해주듯이 번개가 내리칠 때는 꼭 여기 안으로 피하라고 되어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 대피소를 스미소니언 재단(Smithsonian Institution)에서 만든 때가 1909년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붙이고 간 스티커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철가방(?) 안에 방명록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내가 방명록을 왜 안 썼는지 모르겠다... 설마 다음에 여기 오면 써야겠다고 생각했던걸까?

"무사히 올라왔으니, 이제 살아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정말로 그렇게 말하고는, 무거운 DSLR 카메라와 머리를 조아서 아프게 하던 액션캠 모두 배낭에 넣고는 하산을 했다. 결국 둘 다 이 날 다시는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사진이나 비디오와 또 시간 기록이 없다. 어쩌면 더 이상의 기록을 하고싶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고... 산소가 부족했기에 그런가? 당시의 기억들이 모두 가물가물하다~



P.S. 아빠가 휘트니 정상에 올랐던 7월 마지막 일요일에, 지혜는 그 전 주에 열렸던 SYMF 음악대회의 관악기 부문에서 1등을 해서, 롱비치 주립대학에서 수상자 공연을 했다. (LA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청소년 악기연주 대회인 SYMF(Southwestern Youth Music Festival)에 관한 설명은 여기를 클릭해서 지혜가 처음 참가했던 2012년 포스팅을 보시면 됨)



이런 중요하고 의미있는 공연에 아빠가 참석을 못해서 미안하기는 했지만, 대신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함께 지혜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공연을 아주 즐겁게 보셨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사진 두 장만 아빠 산행기에 사족으로 올려 소개한다~ 축하축하^^




노동절 연휴의 1박2일 리조트 여행? 하얏트리젠시 뉴포트비치(Hyatt Regency Newport B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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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 지난 6~7월의 여행기가 아닌, 따끈따끈한 9월초 노동절 연휴에 다녀온 여행기... 하지만 내용은 별거없는 여행기...^^

우리방의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풍경으로, 키 큰 야자수 아래의 넓은 풀장과 많은 사람들이 영락없이 남국의 리조트 분위기를 팍팍 풍기는 이 곳은... LA의 집에서 1시간 조금 더 걸리는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하얏트리젠시 뉴포트비치(Hyatt Regency Newport Beach) 호텔이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풀장 옆의 분수대에서 서로 물총을 쏘면서 신나게 노는 아이들... "나도 물총 쏘는 것, 좋아하는데~"

그리고, 저 커다란 플라밍고(flamingo, 홍학) 튜브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넓은 풀장에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은 가운데에 보이는 저...

워터슬라이드! 하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우리 가족은 결국 여기 '리조트'에서 아무도 풀장을 이용하지 않았다~ 흑흑 T_T

해질녁에 불이 들어오면 참 이쁠 것 같았던 리조트 안의 다른 건물로 가는 길의 모습이다.

여기는 다른 풀장을 끼고 있는 숙소 건물인데, 구글맵으로 보신 분은 알겠지만 여기는 숙소 건물이 여러개가 모여있는 제법 큰 규모의 리조트로, 나름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호텔 소개에 보니까 케네디 대통령과 마릴린먼로도 이 리조트를 이용했다고...^^

또 다른 숙소 건물앞에 만들어져 있던 커다란 체스판... 그런데 체스 두는 법을 다 까먹어서 패스~ (한 때 위기주부컵 체스대회도 했었는데... 궁금하시면 여기를 클릭해서 6년전 포스팅을 보시면 됨)

이렇게 호텔을 한바퀴 돌면서 리조트 분위기만 느끼고는 객실로 돌아가기가 아쉬워서, 호텔 근처에 백사장이 있다고 해서 길건너 바닷가(?)까지 나가보기로 했다.

산 속 캠핑장에 있어야 하는 피크닉 테이블이 모래사장 위에 있는 이 곳은 뉴포트 듄(Newport Dunes)이라 불리는 곳으로, 바닷물이 내륙으로 깊이 들어와서 만들어진 해변(?)이었다.

저 멀리 언덕 너머가 바다로 여기는 수로를 통해서 이어져있기 때문에, 파도가 전혀 치지 않고 그래서 물이 아주 깨끗한 것 같지는 않았다.

이 곳은 별도의 다른 리조트인데, 커다란 캠핑카들이 백사장 너머에 많이 서있었고, 물 위에 놀이기구도 볼 수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파도가 없어서 그런지 이렇게 다양한 튜브를 타고 물 위에 떠서 여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더 안쪽의 상류에는 수 많은 보트들이 정박을 해있는데, 여기 뉴포트비치(Newport Beach)와 코스타메사(Costa Mesa), 그리고 한국분들도 많이 살고있는 어바인(Irvine)은 오렌지카운티에서도 대표적인 중산층 이상의 거주지로 살기 좋은 동네로 손꼽히는 곳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리조트에 와서 무얼 했을까?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쇼핑몰에서 저녁을 사먹고 다시 방으로 돌아가는 모습인데, 패션아일랜드(Fashion Island) 쇼핑몰과 다음 날 둘러본 발보아 반도(Balboa Peninsula)를 구경한 이야기는 또 한 참 있다가 따로 소개한다.



사크로몬테 '동굴 플라멩고' 관람과 샌니콜라스 전망대(Mirador San Nicolás)에서 보는 알함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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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행의 계획을 세우던 아내가 그라나다(Granada)에 가서는 '동굴 플라멩고'를 봐야한다고 했을 때, 나는 도저히... 어두컴컴할 것 같은 동굴과 정열의 춤이라는 플라멩고를 연관시킬 수가 없었다~

가지런히 놓아둔 유리잔들 너머 창문 밖으로 알함브라 궁전(Alhambra Palace)이 보이는 이 곳,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 사크로몬테(Sacromonte) 언덕의 Casa Juanillo라는 안달루시아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우리가 이 날 첫번째 손님이었다.

그리고, 지혜가 직접 스페인어로 전화해서 표를 예약한 플라멩고 공연장, Zambra de Maria La Canastera로 이동을 했다. (여기를 클릭해서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면 레스토랑과 공연장이 바로 붙어있음^^)

공연시간을 기다리는 동안에 만난 지혜와 집시 고양이의 3컷짜리 짤방~

잠브라(Zambra)는 플라멩코 중에서도 특히 여기 그라나다와 알메리아(Almeria) 지역의 집시들이 추는 춤을 말하는데, 세비야같은 큰 도시의 무대에서 공연되는 것 보다는 토속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저 안쪽에 뭔가 번쩍번쩍하고는 곳이 '동굴' 공연장인데...

하얀 동굴의 내부 벽면은 온통 오래된 사진을 넣은 액자들로 도배가 되어있고, 위에는 누런 놋그릇과 국자(?)들을 잔뜩 매달아 놓았다! 액자들이야 그렇다고 쳐도, 저 그릇과 국자들은 왜 주렁주렁 달려있는지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두 명의 기타 연주자와 좌우로 댄서들이 자리를 잡고 입구를 커튼으로만 가린 후에, 기타 연주와 박수 리듬과 함께 공연이 시작되고, 우리 가족 스페인 여행의 주제인 '플라멩코와 기타의 역사를 찾아가는' 여정도 시작되었다.

첫 무대는 4명의 여성 무용수들이 모두 함께 춤을 췄는데,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추임새와 손동작 등이 굉장히 친숙하게 느껴졌다. 옛날 한국 할머니들이 술 한 잔 하시고 마을 잔치에서 추는 춤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 공연단의 '왕언니'로 느릿한 손동작에서도 뭔가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다.

플라멩고 춤 실력을 떠나서, 이 여성은 얼굴만으로도 여기 동굴 플라멩고 공연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같았다. 한 때 그라나다를 지배했던 아랍계 무어인의 혈통인지, 아니면 그 후에 흘러들어온 집시의 후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저 눈을 바라보고있는 것 만으로도 '플라멩고의 역사 속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면 너무 과장이 심한걸까?

남자 무용수도 한 명 등장을 하는데, 땡땡이 하얀 스카프를 두르고 양손에 캐스터네츠를 들고 춤을 추는 모습이 약간은 우스꽝스럽게 느껴지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었다.^^

전체 1시간 좀 넘게 이어지는 공연에서, 주요 장면만 모아서 5분 정도 길이로 편집한 동영상으로, 클릭해서 보시면 간단하게 어떤 분위기의 공연이었는지는 느끼실 수 있을거다.참고로 첫번째 기타연주 부분과 파란옷을 입은 여성 무용수의 공연 부분은 DSLR 카메라로 줌을 해서 찍은 비디오를 함께 펴집한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동굴 밖으로 나와보니, 벌써 다음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플라멩고는 나중에 세비야(Sevilla)에서 무대공연으로 한 번 더 보게 되는데, 예술성을 떠나서 여기 사크로몬테 동굴에서 본 공연이 더 기억에 남는다.

언덕을 걸어내려오는 길에 여기 Tarantos를 비롯해서 몇 개의 플라멩코 공연장이 역시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일부 여행객들이 후기에 쓴 것처럼 사크로몬테가 위험한 동네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사크로몬테 옆의 동네는 알바이신(Albaicín) 또는 알바이진(Albayzín)이라고 부르는 무슬림 주거지인데, 그 전체가 알함브라와 함께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된 곳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걸어가는 쪽에 알함브라를 바라보는 가장 유명한 전망대가 있다고 아내가 꼭 가봐야한다고 해서, 시간이 늦었지만 가보기로 했다.

찾아가는 골목길은 좀 으슥하고 오르막이 힘들기도 했지만, 여기 샌니콜라스(San Nicolás) 교회앞의 광장에 도착하니, 역시 아내말을 듣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아아~ 신라의 달밤..."아니, "아아~ 그라나다의 달밤이여~"

마침, 다른 한국 단체관광객들을 인솔해서 오신 가이드 여성분이 계서서, 우리를 보시고는 가족사진을 잘 찍어주셨다.

알함브라의 정수인 무슬림들이 만든 나스리 궁전(Nasrid Palaces)이 앞쪽에 보이고, 그 뒤로 크리스챤들이 건축한 카를로스5세 궁전(Palacio de Carlos V)과 높은 종탑의 산타마리아 교회(Church of Santa Maria)가 보인다.

보름달이 뜬 샌니콜라스 전망대(Mirador San Nicolás) 광장에서 은은하게 울려퍼지던 타레가(Tárrega)의 기타연주 <알함브라의 추억>이 들리시나요? (안 들리시면 여기를 클릭해서 볼륨을 키우시면 됨^^)

전망대 아래쪽의 이 골목길에서 마을버스를 한 참을 기다렸는데, 결국은 오지 않아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는 것으로, 우리 가족의 스페인여행 이틀째 남부 스페인 그라나다(Granada) 여행이 끝나고, 다음 셋째날은 지중해와 접한 '태양의 해안' 코스타델솔(Costa del Sol)을 달리게 된다.





휘트니와 존뮤어트레일 4일차, 크랩트리(Crabtree)에서 포레스터패스(Forester Pass) 남쪽 호숫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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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니 정상에 올랐다가 기타레이크(Guitar Lake)로 돌아와서 점심으로 라면 하나 끓여서 먹고는, 텐트를 철수해서 크랩트리(Crabtree)까지 겨우겨우 하산을 했었다.그 날 저녁을 먹고 어두워지기도 전에 텐트에 들어가서 누우면서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오늘도 제대로 잠 들지 못하면, 나는 내일 헬기 타야할지도 몰라~"

존뮤어트레킹의 네번째 아침... 정말로 다행히 10시간 정도를 푹 자고 일어나서, 크랩트리 레인저스테이션(Crabtree Ranger Station)에 다시 구조헬기가 착륙하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대신에 남은 2박3일 기간을 또 내 발로 걸어야 문명세계로 돌아갈 수가 있다.

휘트니와 존뮤어트레일 4일차의 트레일지도로, 아래쪽 Crabtree를 출발해서 JMT(John Muir Trail) 메인루트를 따라서 북상해서 Campsite로 표시한 곳까지 걸었는데, 이동거리는 약 12마일(20km) 정도이고 아침 8시에 출발해서 오후 6시에 도착해 10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저 아래 비디오 맨 처음에 나오는 PCT(Pacific Crest Trail)와 만나는 삼거리를 지나서 북쪽으로 방향을 잡으니, 오전 햇살을 받은 나무들의 긴 그림자가 해시계의 바늘처럼 서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날은 총 3번 등산화를 벗고 개울(creek)을 건너야 했는데, 첫번째 만난 월러스크릭(Wallace Creek)을 유니투어 홍사장님이 벗은 등산화를 목에 걸고 지나가는 모습이다.

월러스크릭에 세워진 이정표로 여기서 JMT를 벗어나 서쪽으로 개울을 따라서 내려가면, Junction Meadow를 지나서 컨핫스프링스(Kern Hot Springs)가 나온다고 되어있다. "따뜻한 온천이라~"하지만, 우리는 계속 JMT를 따라서 북쪽으로!

얼마 못가서 라이트크릭(Wright Creek)에서 또 물을 건너고 나서 점심을 해먹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평화로운 길을 따라서 걷게 되는데, 전체 6일의 트레킹 동안에 이 날 넷째날이 가장 '오르락내리락'이 없었던 날이었던 것 같다.

얕은 고개를 올라가면서 국립공원 레인저 커플(?)을 만났는데, 이들은 퍼밋 검사를 하지도 않고 무전기와 망원경을 들고 트레일이 아닌 쪽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봐서 다른 할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정말 일 하는 '직장'의 풍경만으로 본다면, 최고의 직장에 다니는 미연방 공무원들이다...^^

그 고개의 정상을 지키다가 '고독사'한 나무... 평탄해보이는 이 고개도 해발고도는 3,500m 가까이 되는 곳이다.

그리고 고개를 넘어가면 위의 트레일 지도에 'IMPRESSIVE VIEWS'라고 해놓은 빅혼 평원(Bighorn Plateau)이 나온다. 푸른 초원 가운데에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는 동그란 호수의 너머로 보이는 저 산들은, 시에라네바다에서 서쪽으로 갈라져 나와서 킹스캐년과 세쿼이아의 경계를 이루며 남쪽으로 이어지는 Great Western Divide 산맥이다.

가운데 저 꼬마는 전체 이번 여행중에 하이시에라(High Sierra)에서 만난 가장 어린 아이였다.

이제 이 고개를 내려가면 세쿼이아국립공원 레인저스테이션이 있는 틴들크릭(Tyndall Creek)을 만나게 된다.

틴들크릭에서 만난 즐거운 하이커들... 저 남자분은 헤어지면서 갑자기 '불고기'가 먹고싶다고 했다~^^

틴들크릭을 지나서 나오는 삼거리에서 서쪽으로 갈라지는 길이 나오는데, 호수의 모양이 남아메리카 대륙을 닮은 Lake South America를 비롯해서 (위의 트레일 지도에서 찾아보실 수 있음), 많은 호수들이 있는 컨강(Kern River)의 발원지가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물론 존뮤어트레일을 따라서 계속 북상하는데, 약간씩 고도가 올라가면서 또 수목한계선 위로 올라왔다는 생각이 들 때쯤...

이렇게 트레일이 아직도 눈으로 완전히 덮여있는 구간이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약간의 빗방울도 떨어지기 시작한다. "앞서간 일행분들은 어디에 텐트를 쳤나? 텐트칠만한 곳은 있나?"

잠시 쉬면서 뒤를 돌아보니, 시에라네바다 산맥 주능선을 넘어가는 고개인 Shepherd Pass로 이어지는 틴들계곡에는 소나기가 쏟아지는지 무지개도 하나 걸려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일행분들이 먼저 도착해서 텐트를 치고 기다리고 계신다... 앞서 소개한 트레일 지도에 Campsite라고 표시해놓은 이 곳의 해발고도는 약 3,650m나 된다!

4일차에 찍은 동영상들을 편집한 것으로, 멋진 풍경이라고는 별로 나오지 않으니까 패스하셔도 된다.

저녁 먹고나서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 유니투어 홍사장님...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 텐트 광고사진으로 써도 되겠다.^^

부채꼴로 퍼지는 하얀 구름 아래로 우리의 앞길 가로막고있는 수직의 바위 산들이 북쪽에 버티고 있는데,

그 한가운데 마치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처럼 파져있는 곳이, 존뮤어트레일 전체 340km 구간에서 가장 높은 고개인 해발 4,011m의 포레스터패스(Forester Pass)이다. 여기서는 길도 없어보이는 저 바위 절벽을... 내일 무거운 야영배낭을 메고 넘어가야하는 것이다.

이 날 위기주부가 찍힌 처음이자 마지막 사진...^^ 전체 6일간의 일정에서 2/3가 끝난 이 날에서야 고도적응이 다 되었는지, 다시 해발 3,650m까지 올아왔지만 텐트 속에서도 이 날은 아주 잘 잠들었던 것 같다.




게티빌라는 지금 재단장을 하는 중~ 오래간만에 부모님과 함께 다시 찾은 게티빌라(Getty V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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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께서 게티와 사랑에 빠지시고 (러브스토리가 궁금하시면 여기를 클릭!), 바로 일주일 후에 다시 아내가 '게티'와 데이트 약속을 잡아드렸다.^^ 이번 데이트 장소는 바닷가쪽에 있는 게티빌라(Getty Villa)이다.

이 입구의 모습이 너무 익숙해서 얼마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위기주부가 마지막으로 방문한게 부모님께서 처음 미국에 오셨을 때인 2010년으로 무려 7년전이었다! (당시 포스팅은 여기를 클릭하면 보실 수 있음)

입구를 지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먼저 원형극장과 박물관 건물을 내려다보게 된다.

1974년에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이름은 게티뮤지엄(The J. Paul Getty Museum)이었는데, 후에 지금의 게티센터(Getty Center)가 만들어 진 다음에는 그냥 이 곳을 게티빌라(Getty Villa)로 부르게 된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그래서 LA에는 두 개의 게티박물관이 있는 것인데, 여기 게티빌라에는 그리스와 로마시대의 골동품들을 주로 전시를 해놓았다. 물론 건물 자체도 로마의 Villa dei Papiri라는 저택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동쪽정원의 분수대에 나란히 앉으셨는데, 다소곳이 손을 모으신 어머님이 정말 처음 데이트하는 소녀같으시다...^^

Inner Peristyle이라 불리는 중앙정원인데, 게티빌라의 건물과 전시물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는 여기를 클릭해서 첫번째 이 곳 방문기를 보시면 된다.그런데, 현재 게티빌라는 전시공간을 재단장을 하는 중이라서 1층의 대부분의 전시실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2층으로 올라가니 예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전시가 있어서 흥미로왔는데, <Roman Mosaics Across the Empire>라고 로마제국의 건축물에서 가져온 바닥과 벽면의 돌로 만든 모자이크들을 모아놓은 것이었다.

두 마리의 공작새가 마주보고 있는 벽면 모자이크 장식을 아내와 어머님이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멀쩡한 건물의 바닥이나 벽을 떼어온 것은 아니고, 대부분은 폐허가 된 건물의 남은 부분을 가져와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자세히 보면 이렇게 각각의 돌에 색깔을 입힌 후에 하나하나 끼워서 맞춘 모자이크인데, 저렇게 돌을 잘게 정사각형으로 조각을 내고 다시 붙이는 작업을 했다는 것이 참 대단한 정성과 노력이었겠다!

아뿔사! 다른 전시공간을 닫아놓은 것은 별로 아쉽지가 않았는데, Outer Peristyle의 연못도 보수공사를 한다고 물을 다 빼버린 것은 좀 아까웠다. 갑자기 예전에 워싱턴DC의 링컨기념관에 갔을 때, 동쪽 리플렉팅풀(Reflecting Pool)이 보수공사중이라서 역시 물이 없었던 것이 떠오른다. (사진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그래도 기둥들이 늘어선 복도를 따라서 반대쪽 끝까지 걸어가본다.

올해초부터 시작된 전시장 재단장과 보수공사는 내년초까지 진행되어서, 2018년 봄부터 새롭게 오픈을 한다고 한다.

이제 구경을 마치고 허브정원의 포도넝쿨 아래를 지나서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어머님께서 사위하고도 사진 한 장 찍자고 하셔서, 뒤로 태평양 바다가 보이는 주차장 입구에서 마지막 사진을 찍혔다.^^




지중해를 내려다보는 언덕 위의 하얀마을,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 프리힐리아나(Frigili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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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스페인 여행의 3일째는 아침에 그라나다를 출발해서, 코스타델솔(Costa del Sol) '태양의 바닷가'라 불리는 스페인 남부의 지중해 해안을 따라 자동차로 달리며 여러 도시들을 하루에 둘러보는 로드트립(road trip)이었다.

알함브라 궁전이 있는 그라나다(Granada)에서 우리가 이틀밤을 묵었던, 호텔 알함브라팰리스(Alhambra Palace)의 우리방 앞 복도... 저 이슬람식 아치로 장식된 창문 밖으로 내다보면,

아직 아침의 붉은 여명이 다 가시지 않은 그라나다 시내가 내려다 보였다~ "나중에 꼭 다시 올게, 잘 있어라!"

그라나다에 남쪽으로 A-44번 고속도로로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 산맥(!)을 넘은 후에, 서쪽으로 A-7번 고속도로를 지나서 산속의 프리힐리아나(Frigiliana) 마을에 들어가는 동영상이다.해안가 산악지형 때문에 수 많은 다리와 터널로 이어진 A-7번 고속도로의 풍경이 잠시 나오고, 뒤쪽 대부분은 예쁘게 장식된 '하얀마을'의 좁은 도로를 달리는 모습이므로 꼭 끝까지 보시기를 바란다.

마을 중심 '로터리'에 주차하고는 먼저 관광안내소(Oficina de Turismo)를 찾아가기로 했다. (구글맵 지도는 여기를 클릭)

로터리 광장의 벽면에는 지금까지 어느 관광지에서도 보지 못한 멋진 안내판이 붙어있었는데, 마을의 모든 상점과 호텔, 레스토랑들의 로고와 이름을 이렇게 예쁜 타일로 만들어서 붙여놓았었다!

관광안내소에서 마을지도를 받아서 먼저 내려간 아내와 지혜를 내려다면서 찍은 사진이다.

직원이 안내해준 전망대를 찾아가기 위해서 다시 마을광장으로 돌아왔다. 위의 동영상에서도 나오지만 마을 입구에서부터 도로 위에 화려한 전구장식을 해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매년 6월초에 열리는 마을축제 Feliz Feria 50주년을 축하하는 것이었다. 해질녁에 불이 들어오면 참 멋있을 것 같았는데, 우리는 갈 길이 먼 여행자들이라서 전망대만 둘러보고는 바로 떠나야하는 것이 아쉬웠다.

모자이크로 장식된 바닥과 좌우에 순백으로 칠한 건물들, 그리고 그 위에 원색의 만국기까지~ 참 찾아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덕을 올라갈 수록 길은 점점 좁아지면서 계단으로 바뀌게 된다.

아내가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스페인 여행중에 페이스북에 올렸던 사진이다. 여기 프리힐리아나를 어떤 분은 '스페인의 산토리니'라고 불렀던데, 언제고 꼭 직접 내 눈으로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겠다.^^

예쁜 골목골목의 모습이 궁금하신 분은 저 아래의 동영상을 보시면 되고, 언덕으로 올라가면서 특히 위기주부의 눈에 띄었던 것은 이렇게 아마도 마을의 역사(?)를 타일로 만들어서 차례로 소개를 해놓은 것이었다.

하얀 집들 사이의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와서 갑자기 탁 트인 풍경을 만나서 더욱 감동적이었던 이 곳은, 지도에서 Restaurante El Mirador라고 되어있는 '전망대 식당'이다. 그늘막도 풍경을 헤치지 않도록 참 멋지게 메달아 놓았는데, 실제 전망대는 여기를 지나서 언덕을 좀 돌아서 내려가면 나온다.

전망대로 내려가는 길에서 프리힐리아나(Frigiliana) 하얀마을 전체를 배경으로 찍었는데, 내려다보면서 찍었더니 아내와 지혜가 모두 엄청 '숏다리'로 나왔다~ 지못미...^^

우리와는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 전망대에 올라온 중국인 커플에게 부탁을 해서 가족사진 한 장 찍었다.

마을광장에서 전망대까지 걸어서 올라간 모습의 동영상이니까 꼭 클릭해서 보시기 바란다.참고로 정확한 스펠링은 FRIGILIANA이지만 스페인어에서는 'G'가 'ㅎ' 발음이기 때문에, 프리길리아나 또는 프리질리아나가 아니라 프리힐리아나로 부르는 것이 맞단다. 친절한 위기주부씨...^^

지혜도 이 곳이 마음에 들었는지 시키지 않아도 모델포즈를 잘 해줬다. 그 중에서 잘 나온 사진~

올라올 때와는 다른 골목길로 언덕을 내려가는 길인데, 내리막에서 찍은 사진은 또 다른 느낌있었다.

셀카봉으로 가족 사진도 한 장 찍었는데, 배낭의 어깨끈 주머니에 꽂아놓고 비디오를 찍은 소니 액션캠이 보인다.

이 '하얀마을' 프리힐리아나를 그냥 떠나기가 아쉬워서, 차를 몰고 내려가는 길에 잠시 내려서 한 번 더 돌아봤다.

자동차를 몰고 언덕을 내려가는 길인데, 하얀집들 너머로 지중해 바다가 보인다. 이제 바로 아래에 있는 해안 마을인 네르하(Nerja)로 가서 '유럽의 발코니'라고 불리는 바닷가 전망대를 구경하고 백사장에서 파는 점심을 먹을 예정이다.





휘트니와 존뮤어트레일 5일차, 포레스터패스(Forester Pass) 넘어 비데트메도우(Vidette Mea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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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터 패스(Forester Pass)는 세쿼이아 국립공원과 킹스캐년 국립공원의 경계가 되는 Kings-Kern Divide를 넘어가는 해발 4,009m(13,153피트)의 고개로, 전체 길이 340km인 존뮤어트레일(John Muir Trail, JMT)에서 마지막으로 1932년에 완성된 등산로이다. 존뮤어트레일 뿐만 아니라 이를 포함하는 퍼시픽크레스트트레일(Pacific Crest Trail, PCT)에서도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고개로, 이 길을 찾아서 만드는데 기여한 미국 산림청(United States Forest Service) 직원들을 기려서 '포레스터(Forester)'로 이름을 지었다.

2017년 여름, 휘트니와 존뮤어트레일 백패킹 5일차와 마지막 6일차의 트레일 지도이다. 5일차는 지도 아래쪽 Campsite로 표시한 곳을 아침 8시에 출발해서, 약 9마일을 걸어서 오후 5시에 여유있게 Vidette Meadow에 도착해서 마지막 캠핑을 했다.

'SIERRA CLUB - Founded 1892'라고 씌여진 까만 가방은, 휘트니산 정상에 올라갈 때 내가 사용한 것으로 지금은 쓰레기들이 들어있다. 존뮤어가 설립한 자연보호 단체인 시에라클럽(Sierra Club)에 기부금을 내고 받은 가방에 쓰레기를 챙겨넣고 'LNT(Leave No Trace)'를 실천하며 존뮤어트레일을 걸었다.

이 날은 딱 하나의 고개만 넘으면 되는데... 문제는 아무리 올려다봐도 길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아직도 흐르는 물 위의 얼음이 다 녹지 않은 해발 3,800m의 호숫가에서 캠핑을 한 부부를 지나쳤는데, 이제 텐트를 철수해서 역시 포레스트 패스를 넘어갈거라고 한다. 내가 매우 걸음이 느려서 나를 추월하면 다시 만나게 될거라고 했더니, 여성분이 "Welcome to the club."이라고 대답하신다~^^

경사가 완만한(?) 아래쪽은 지그재그로 만들어진 트레일이 아직도 눈에 완전히 덮혀있는 곳이 많아서, 그냥 이렇게 바로 위쪽으로 치고 올라가야하는 구간이 대부분이었다.

제법 올라와서 돌아 내려다보니 아직도 눈과 얼음이 둥둥 떠있는 틴달크릭(Tyndall Creek) 상류의 호수가 보인다.

절벽 바로 아래까지 올라오니 오히려 쌓인 눈은 사라졌는데, 지금 완전히 엉뚱한 곳으로 올라와서 트레일을 못 찾아서 헤메고있는 중이다. (너무 치고 올라왔음T_T) 사진 오른쪽 낙석들이 있는 곳으로 다시 한 참을 우회한 다음에야 절벽을 깍아서 만들어놓은 트레일을 찾을 수 있었는데, 다음 사진은 저 눈이 남아있는 그늘진 곳을 지나서 더 높이 올라간 봉우리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

"아니! 1930년대에 이 수직의 절벽을 깍아가지고 왜 길을 만들어서, 지금 내가 이 위험한 곳을 무거운 야영배낭을 메고 넘어가게 시킨거야? 누구야? ... 게다가 등산로를 만들면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라고 군데군데 꽃까지 심어놨네!"

진짜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돌리니, 많은 사람들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화롭게 담소를 나누고 있는 포레스터패스(Forester Pass)가 내 발아래에 나타났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여기서부터 북쪽으로는 '왕의 협곡' 킹스캐년 국립공원(Kings Canyon National Park)이다. 이 안내판에는 고개의 높이가 13,200피트(4,023m)로 처음 소개한 것과는 다르게 되어있는데, 국립공원 지도에는 4,011m로 또 다르게 되어있다... 뭐 어찌 되었건 간에, 위기주부가 지금까지 야영배낭을 메고 넘은 가장 높은 고갯길이다.

그래서 넘어 온 남쪽 세쿼이아 국립공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 장~ 그런데, 배낭이 왜 저렇게 삐딱하지?

위기주부와 동병상련... 무거운 DSLR 카메라를 들고 JMT를 하던 녹색배낭의 하이커가 남쪽으로 고개를 내려가고 있다. "다음 번에는 나도 남쪽방향(southbound, SOBO)으로 이 고개를 넘어봐?"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던 것 같다.^^

북쪽 킹스캐년에서 고개로 올라오고 있는 사람들인데, 초반부 우리가 내려가는 길은 Kings-Kern Divide 산맥의 북향이라서 아직도 눈이 많이 남아있는 경사로를 거의 1시간 가까이 내려가야 했다.

2017년 8월 1일... 한여름의 존뮤어트레일~

눈길 중간에 쉬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눈 이 3명의 여성은 고등학교 때 서로 만난 친구들이라고 한다.

저 아래 다시 나무숲이 보이는 계곡을 따라 계속 내려가야 하는데, 계곡 오른쪽의 바위산을 자세히 보면 이 곳도 요세미티처럼 아주 오래전에 빙하가 흐르면서 깍아진 U자형 빙식협곡인 것을 알 수 있다.

풀들이 제법 자라는 곳까지 내려와서 뒤를 돌아서 올려다 본다. 사진 오른쪽에 V자형으로 파져서 파란 하늘과 하얀 눈이 맞닿아 있는 곳이, 2시간 가까이 내려온 포레스터패스(Forester Pass)이다.

하지만, 아직도 내려가야할 길은 이렇게 까마득하다... 존뮤어트레일은 사진에 표시한 글렌패스(Glen Pass)를 또 넘어서 계속 북쪽으로 이어지지만, 우리는 다음날 오른쪽에 가까이 보이는 바위산 뒤를 돌아서 키어사지패스(Kearsarge Pass)로 시에라네바다 산맥 주능선을 동쪽으로 넘어서 문명세계로 '탈출'하게 된다.

조금 더 내려와서 법스크릭(Bubbs Creek) 물줄기가 잔잔해진 곳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이 개울은 나중에 킹스캐년 국립공원 시더그로브(Cedar Grove)를 지나서 킹스 강(Kings River)과 합류하게 된다.

휘트니와 존뮤어트레일 백패킹 5일차 동영상으로 11분이 좀 길기는 하지만, 포레스트패스 정상의 여러 사람들의 모습과 또 맨 마지막에는 Bubbs Creek의 통나무 다리를 건너다가 미끄러지는 모습을 모두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해발 약 2,900미터까지 내려온 비데트메도우(Vidette Meadow) 캠핑장(여기는 철제 곰통이 있음)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초원은 아마도 개울 건너편에 있는 것 같은데 굳이 찾아가지 않았고, 옆집 나무꾼들이 잘라준 장작으로 제대로 된 캠프파이어를 했다. "내일 저녁에는 집에 가서 샤워하고 침대에서 잘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바로 잠들었다.

P.S. 한국은 전무후무할 것 같은 장장 10일간의 추석연휴가 시작되었네요~ 블로그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 지구상 어디에 계시던지, 즐겁고 건강하고 안전한 한가위 명절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50년 역사의 초대형 야외 쇼핑몰인 뉴포트비치(Newport Beach)의 패션아일랜드(Fashion 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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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초 노동절 연휴 1박2일 여행의 두번째 포스팅은 저녁을 먹으러 간 쇼핑몰 이야기이다. (첫번째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호텔방에서 뭘 먹을까 한 참을 고민하다가 찾아간 곳... Hopdoddy Burger Bar라는 햄버거 전문점에서 오래간만에 고퀄리티의 햄버거로 저녁을 먹었다. 그런데 삐져나온 한줄기 양파는 시각적 완성도를 위해 일부러 연출한 것일까?

이 식당이 입점해있는 야외 쇼핑몰이 바로 뉴포트센터(Newport Center)에 위치한 패션아일랜드(Fashion Island)이다. 그런데, 쇼핑몰 모양만 놓고 본다면 패션아일랜드 '섬(island)'이라기 보다는, 패션에그(Fashion Egg)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이유가 궁금하면 여기를 클릭해서 구글맵을 보시면 됨)

올해로 개장 50주년이나 되었다고 하는 이 곳은 오렌지카운티에서 가장 유명한 쇼핑몰 중의 하나로, 한국분들이 많이 사시는 어바인(Irvine)과도 가까워서 많이 찾으시는 곳이라고 한다.

쇼핑몰 남쪽 끝에서는 바로 앞에 태평양의 수평선이 펼쳐지는데, 그 사이로 캘리포니아 1번 도로 Pacific Coast Highway가 지나가고 있다. 옛날 플러튼(Fullerton)에 살 때, 1번 해안도로를 달려서 남쪽 라구나비치(Laguna Beach)로 가면서 이 앞을 지나간 적이 있기는 했는데, 실제로 와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옛날 여행기는 여기를 클릭하면 보실 수 있음)

기름진 햄버거 소화도 시킬겸해서 쇼핑몰을 좀 둘러보기로 했는데, 일단 꽃과 나무가 많은 조경이 참 마음에 들었다.

동그란 작은 음악분수가 있는 이 곳이 거의 쇼핑몰의 중심인 것 같기도 하고... 예습 없이 와서 길을 잃어버렸다~^^

보통 왠만한 미국 쇼핑몰은 양쪽 끝에 두 개 정도의 백화점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여기 패션아일랜드는 사진에 소개된 메이시(Macy's)를 비롯해 노드스트롬(Nordstrom), 블루밍데일(Bloomingdale's), 니만마커스(Neiman Marcus)의 4개나 되는 백화점이 모여있었다.

그렇게 길을 헤메다가 우연히 도착한... 이 쇼핑몰에서 가장 아름다운 쉼터라고 하는 잉어정원(Koi Garden)이다. 저렇게 물을 뿜고 있는 조각 잉어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연못 속을 들여다보면...

팔뚝이 아니라 종아리만한 커다란 관상용 잉어들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모두 80마리 정도가 있다고 한다. 위기주부가 이 잉어를 본 순간 떠오른 것은? 5년전에 종이접기로 만들었던 '왕비늘 잉어'였다! (종이접기 잉어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시면 됨)

제일 멋지다고 하는 곳을 봤으니, 반의 반도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그만 주차한 곳으로 쿨하게 돌아가기로 했다.

여기 뉴포트비치(Newport Beach)의 패션아일랜드(Fashion Island)는 흔히 바로 윗동네 코스타메사(Costa Mesa)에 있는 사우스코스트플라자(South Coast Plaza)와 비교가 되는데, 실외와 실내라는 구조적 차이점이 있을 뿐 둘 다 백화점만 4~5개가 있는 초대형 럭셔리 쇼핑몰이다.

물방울이 통통 튀어오르던 까만 분수(?)를 지나서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모녀의 뒷모습이다. 짧은 쇼핑몰 트레일을 마치고는 호텔방으로 돌아갔는데, 정녕 2017년 노동절 1박2일 여행은 이렇게 뒷모습만 몇 번 등장하고 허무하게 끝나는 것인가? 마지막 세번째 이야기를 기대하시라~



유럽의 발코니(Balcón de Europa)가 있는 네르하(Nerja) 바닷가 백사장에서 파에야(paella)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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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전세계의 많은 바다 이름들 중에서도 지중해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은 좀 특별하다. 그 지중해와 접한 스페인 남부 해안에 '유럽의 발코니(Balcón de Europa)'라고 불리는 전망대가 있는 예쁜 바닷가 마을인 네르하(Nerja)가 있다.

언덕 위의 하얀마을 프리힐리아나(Frigiliana)에서 내려와서 네르하 시내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시장통'으로 걸어왔다. 햇빛을 부드럽게 걸러주는 삼각형의 하얀 천들이 시장 골목길 위에 가지런히 쳐져 있어서 좋았다.

시장통을 빠져 나오면 역시 하얀색의 성당이 있는 넓은 마을광장이 나오고 거기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멀리 지중해의 수평선이 보이는 '유럽의 발코니'로 나가는 길이 보인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발코니 동쪽에 장식으로 가져다 놓은 것 같은 대포 옆에 선 다정한 모녀~^^

조금 전 대포의 아래쪽으로는 이렇게 절벽 아래에 멋진 해변이 숨어있었는데,

"지중해의 물 색깔이 이렇게 맑았던가!"

풍경이 멋있으니까 가족사진의 표정도 저절로 사는 것 같다.

발코니는 절벽 위에 동그랗게 만들어져 있어서 난간에 기대서 바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절벽밑까지 와서 스노클링을 하는 사람들도 볼 수가 있었다. 옥색의 바닷물이 정말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기대 이상의 지중해 모습이었다.

동그랗게 만들어진 발코니의 한 가운에 서서 걸어온 북쪽 길을 배경으로 찍었다. 반대편 남쪽으로 발코니의 끝에서는 수평선 밖에 보이지 않아서 따로 사진은 없다. (아쉽게도 바다 건너 아프리카 대륙은 보이지를 않았음^^)

발코니의 서쪽으로도 이렇게 바로 아래 호텔의 전용백사장과 그 너머로 또 다른 백사장이 계속 이어졌다.

주차장에서 나와서 유럽의 발코니까지 걸어와서 구경하는 모습의 동영상이다.사진으로는 느낄 수 없는 시장통의 분위기와 또 동그란 유럽의 발코니 전체 모습을 다 보실 수 있으므로 꼭 클릭해서 보시기를 바란다.

다시 시장통을 지나서 점심을 먹을 곳으로 점찍어 둔 식당이 있는 다른 해변으로 걸어가는 길이다.

네르하에서 가장 큰 백사장을 가진 부리아나 해변(Playa Burriana)이 저 아래에 보이는데, 사실 조금 전 전망대에서 1km가 훨씬 넘는 거리이지만, 해변가에 주차할 곳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걸어가기로 한 것이다.

파라솔(?)도 열대의 휴양지에 온 것 같이 잘 만들어 놓았지만, 우리 가족은 여기에 수영을 하러 온 것은 아니고,

해변가에 자리잡은 여기 치링기토아요(Chiringuito Ayo)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서 찾아 온 것이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조금 이른 점심시간이었는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주문하는 메뉴는 오직 단 한가지로...

이렇게 커다란 철판을 장작불 위에 올려놓고 만드는 것이 이 레스토랑의 특징인, 스페인 전통의 해산물 볶음밥이라고 할 수 있는 파에야(paella, 빠에야)이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유럽여행가인 릭스티브(Rick Steves)의 스페인 여행 프로그램에 이 식당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네르하에 가면 여기서 꼭 점심으로 파에야를 먹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여행기를 쓰면서 찾아보니까 이미 많은 한국분들도 알고 계신 유명한 곳이었다.

레몬 한조각씩 놓여진 파에야와 콜라를 곁들인 스페인 여행 셋째날의 점심식사~ 사실 파에야의 맛만 가지고 본다면, 다음날 세비야의 레스토랑에서 먹은 것이 더 맛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아무래도 맛보다는 먹는 분위기와 커다란 철판의 비쥬얼로 후한 점수를 받게 되는 것 같다.

시장통의 기념품 가게 내부의 모습과 함께, 파에야 식당과 부리아나 해변의 모습을 클릭해서 비디오로 보실 수 있다.

아빠가 저 멀리 보이는 언덕 위에 주차해둔 자동차를 가지러 혼자 다시 걸어가는 동안에, 지혜와 엄마는 이렇게 아주 짧게나마 지중해 바닷물에 발을 담궜다고 한다. 이제 다시 자동차에 올라 A-7 고속도로를 서쪽으로 달려서 '태양의 해안(Costa del Sol)'의 중심도시인 말라가(Málaga)로 향한다.





휘트니와 존뮤어트레일 6일차, 키어사지(Kearsarge) 고개 넘어서 오니언밸리(Onion Valley)로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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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여름의 휘트니산 정상 정복과 존뮤어트레일 아래쪽 4구간 백패킹의 마지막 6일차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포스팅을 다 쓰고나면 더 이상 힘들었던 산행을 떠올릴 필요도 없고, 이대로 JMT와의 인연도 모두 끝나버릴 것 같아서... 글을 시작하는데 한참을 망설였다~

작년의 '요세미티와 존뮤어트레킹 9박10일'때도 그랬고 올해도 그랬지만, 시에라네바다 깊은 산속에 텐트를 친 자리를 떠날 때면 "내가 다시 여기 돌아오면 이 자리를 기억할 수 있을까?"이런 생각이 항상 들었다. 하지만, 다른 곳은 몰라도 여기 비데트메도우(Vidette Meadow)의 마지막 캠프사이트는 분명히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있어라~ 다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잊지는 않을게..."

아침 7시반쯤 출발을 해서 조금 걸어가니, 반가운 이름이 적힌 이정표가 나왔다. 시더그로브(Cedar Grove) 13마일... 2008년에 우리가족 3명의 첫번째 캠핑부터 2015년에 6가족 총 21명이 함께 했던 마지막 캠핑까지, 또 그 사이에도 여러번 찾아갔던 바로 킹스캐년 국립공원의 시더그로브(Cedar Grove)이다! 하지만, 반갑다고 그리로 갈 수는 없고 우리는 John Muir Trail을 따라서 북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아직 몸도 안 풀렸는데, 이런... 북쪽을 바라보니, 엄청난 경사의 바위산을 올라가야 한다. 지그재그로 만들어진 등산로를 따라서 사진 오른쪽 끝에 나무들이 보이는 곳까지 올라가서 뒤를 돌아보면,

숲을 뚫고 솟아오른 피라미드같은 이스트비데트(East Vidette) 산의 모습에 감탄을 하게 된다. 전날 우리는 왼쪽 저 멀리 까마득하게 보이는 산맥의 포레스터패스(Forester Pass)를 넘어서 거의 7마일의 내리막을 내려와서 캠핑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북쪽으로 걸어가면 이제 정말로 존뮤어트레일, JMT와 작별을 해야하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 곳에서 JMT를 벗어나 동쪽 키어사지패스(Kearsarge Pass)를 넘어서 오니온밸리(Onion Valley)로 탈출하게 되는데, 트레일 지도를 보시려며 여기를 클릭해서 전날 5일차의 여행기를 보시면 된다.

조금 걸어가니까 평화로워 보이는 작은 연못들 너머로, 이제 넘어가야 할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 산맥의 주능선이 보인다.

파란 호숫가를 따라서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좀 전의 East Vidette 산이 나를 배웅을 해주는 것 같았다. 참 이 호수의 이름은 Bullfrog Lake인데, 황소개구리(bullfrog)가 살고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멋진 풍경하고는 호수 이름이 좀 안 어울리는 느낌이다.^^

황소개구리 대신에 호숫가 바위 위에서 주인 잃은 아쿠아슈즈 한 짝을 발견했는데, 누군가의 배낭에서 떨어진 것을 주워서 올려놓은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신발 사진을 왜 찍어서 포스팅에 올린걸까?)

조금 더 올라가면 뾰족한 바위산들 아래로 키어사지 호수들(Kearsarge Lakes)이 내려다 보인다. 이번 JMT 남쪽 4구간은 솔직히 작년의 북쪽 1구간에 비해서 풍경은 별로였는데, 이렇게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하이시에라(High Sierra)의 절경을 살짝 보여주었다.

6일간의 백패킹의 마지막 난관이었던 키어사지 고개의 스위치백 바윗길을 앞서 올라가는 두 명의 하이커가 보인다.

지나온 호수들이 내려다 보이는 키어사지패스(Kearsarge Pass) 정상의 서쪽은 킹스캐년 국립공원(Kings Canyon National Park)이고, 이제 내려갈 동쪽은 존뮤어 야생지(John Muir Wilderness)로 여기는 그 경계가 되는 곳인데, 해발고도는 약 3,600m나 되는 높은 고개이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표지판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까, 옆에 있던 하이커가 힘들게 밖으로 비켜주려고 하길래, 그냥 같이 찍자고 했다.^^ 이 때 시각이 오전 11:20분인데, 간식만 약간 먹고는 5마일의 하산을 시작했다. 빨리 내려가야 점심으로 론파인에서 피자를 사 먹고, 집에 가서 저녁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해발 2,800m의 오니언밸리(Onion Valley) 주차장까지 내려가는 약 8km의 트레일을 따라서 5개의 호수가 차례로 나오는데, 가장 높은 곳에 있는 Big Pothole Lake를 배경으로 유니투어 홍사장님이 하산을 하고있는 모습이다.

로우스(Lowe's)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것 같은 공구허리띠(?)에 음료수와 간식을 챙겨서 고개를 오르던 이 할아버지는 나이가 83세라고 하셨는데, 심심풀이로 거의 매일 이 고개를 오르면서 하루하루 젊어지신다고...! (동영상 캡쳐한 화면)

존뮤어트레일을 종주하는 하이커들에게 고개 넘어서 보급품을 전달하는 짐꾼들도 다시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보급을 받으면서 아이들과 함께 존뮤어트레일 340km를 종주한 데니스님의 블로그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여기 길버트 호수(Gilbert Lake)에서는 팜스프링스에서 오셨다는 한국분 가족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해발 3,170m 정도 되는 이 호수는 당일치기 등산으로 좋을 것 같았는데, 저쪽 호숫가까지 가서 뒤를 돌아 산맥쪽을 바라보면,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볼 수가 있다~ "여기까지라도 언제 가족과 함께 다시 와보면 좋겠다."

그 호수 바로 아래에서 만난 76세의 할머니이신데, 사위가 JMT를 혼자 종주해서 딸과 함께 보급품이 든 곰통을 전달하러 올라가는 길이라고 한다! 고개를 넘어서 JMT까지 가시냐고 물어봤더니, 그건 아니고 조금만 더 올라가서 Flower Lake에서인가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역시 동영상 캡쳐한 화면)

마침내 395번 도로가 지나는 오웬스밸리(Owens Valley)의 인디펜던스(Independence) 마을과 거기서 꼬불꼬불 캠핑장까지 올라오는 찻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더 내려가니까 7일전 밤에 내가 자동차를 주차해놓은 주차장도 나타났다. 그리고, 이제 저기에 주차를 해놓고 JMT를 하기 위해서 이 고개를 올라오는 백패커들도 보인다... "욕바라~ 나는 끝내고 집에 간다!"

쉬지도 않고 내려온 길을 돌아보니, 이제 마지막으로 인요 국유림(Inyo National Forest)의 John Muir Wilderness 지역을 벗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 6일전에 직선거리로는 약 40km 정도 남쪽에 있는 같은 국유림의 Golden Trout Wilderness에서 시작한 백패킹이 끝나는 순간이다. (첫날 1일차 여행기는 여기를 클릭)

유니투어 홍사장님이 6일만에 콘크리트로 포장된 땅을 다시 밟기 직전이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홍사장님 바로 뒤에 우리 일행이 아닌 다른 한국분 한 명이 함께 내려오고 계셔서 인사를 했다.

정승재 씨는 작년에 미국 록키산맥을 따라서 남북으로 종단하는 5,000km의 컨티넨탈디바이드트레일(Continental Divide Trail, CDT)을 종주하고, 올해는 또 4,300km의 PCT(Pacific Crest Trail)를 종주하고 있는 중이었다! (정승재님의 블로그 바로가기 클릭)

마지막 백패킹 6일차의 동영상 기록인데, 모자챙이 계속 화면에 나와서 좀 거슬리기는 하지만, 궁금하신 분은 클릭해서 보시기 바란다.주차장에 도착한 것이 오후 2시였으니까, 마지막 날은 6시간반 동안에 15km를 걸어서 문명세계로 귀환한 것이다. 점심도 안 먹고...

백패킹을 시작했던 호스슈메도우 캠핑장(Horseshoe Meadow Campground)까지 1시간 이상 운전을 해서, 홍사장님의 차를 가지고 다시 론파인(Lone Pine)으로 내려와서, 피자집 Pizza Factory에서 마침내 신선한 샐러드와 단백질 가득한 "Meat Lover"피자로 아주 늦은 점심을 먹은 시각은 4:30분이었다. 그리고는 헤어져서 내 차를 몰고 LA의 집에 저녁 8시 넘어 도착해서, 거의 7일만에 샤워를 하고 따뜻한 저녁밥을 먹었다.

아무리 그래도 피자 사진으로 6일간의 휘트니와 존뮤어트레일 백패킹의 모든 이야기를 끝내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Onion Valley Trailhead의 안내판에 있던 존뮤어의 작은 사진과 글귀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나는 잠시만 밖을 걸으려고 했었는데, 결국은 해질녁까지 머물기로 했다. 왜냐하면 밖으로 나가는게 실제로는 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기 때문에"─ JOHN MUIR 1838~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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